영국산 동물사료 광우병 문제됐던 93~96년 수입됐다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1분


국내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인간광우병) 환자 발생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광우병이 한창 문제됐던 시기에 영국산 동물사료가 국내에 수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영국은 1993∼1996년 4년간 매년 3만t의 동물사료를 외국에 수출하면서 당시 동물사료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대만 홍콩 케냐 터키 인도네시아 헝가리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스리랑카 등에 수출했다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지난해 12월11일자로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지는 한 조사기관이 영국 공무원들의 메모를 공개함으로써 이 사실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 얼마나 수입됐는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확인해 2일 인터넷에 띄운 서울대병원 내과 오명돈(吳明燉)교수는 “소가 문제의 사료를 먹었다면 광우병이 나타나는데 5년 정도 걸리고 만약 광우병에 걸린 소가 생겼다면 이를 사람이 먹은 경우 5∼30년이 지나야 vCJD가 나타난다”면서 “따라서 아직까지 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vCJD로 의심되는 환자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vCJD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지만 소로부터 전염되지 않는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CJD)은 주로 50, 60대에 발병하는데 최근 서울 K병원에 30대 남성이, 인천의 한 병원에 40대 남성이 입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서울 S병원에선 1995년 30대 남성이 역시 똑같은 증세로 숨졌다. 또 이 병원에서 1998년 CJD로 숨진 70대 여성이 7, 8년 전 미국에서 가져온 생 사슴뼈를 먹었다며 유족들이 vCJD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金相鈗)교수는 “CJD인지 vCJD인지는 조직검사로만 확진할 수 있는데 환자 가족이 모두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들 환자가 vCJD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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