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합격 아들 등록걱정 50대 전직교사 비관 자살

  • 입력 2001년 2월 2일 23시 41분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50대 가장이 등록금 마련을 걱정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일 오전 10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J여관 206호실에서 전직 교사 김모씨(51·서울 강남구 대치동)가 목에 전깃줄을 감은 채 숨져 있는 것을 여관 종업원 김모씨(58·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의 쌍둥이 아들 가운데 둘째(21·서울대 의대 2년 휴학)는 “아버지가 이번에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형을 축하해 주는 과거 동료교사들과 술을 마시고 오전 1시경 집에 들어오신 뒤 갑자기 우리에게 ‘이제는 쉬고 싶다’고 말한 후 집을 나가셨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부인이 주식투자 실패로 2억∼3억원의 빚을 남긴 채 99년 2월 가출하고 자신의 명예퇴직금 수천만원도 빚을 갚느라 모두 날리자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느냐”고 자주 말하는 등 우울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평소에도 둘째 아들이 생활비와 학비마련을 위해 휴학하고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것과 2000만원짜리 반 지하 단칸방에서 살면서 혼자 입시공부를 하는 첫째 아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자책해 왔다는 것이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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