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 부산 영도구 대교동 영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원기만씨(53·부산 영도구 동삼동)가 7층 병실 창문을 통해 20여m 아래 1층 바닥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66년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68년 귀국한 원씨는 81년부터 고엽제 후유증과 당뇨병 등의 증세로 20여년간 부산보훈병원 등지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고혈압과 급성신부전증까지 겹쳐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가장역할을 제대로 못해 늘 가족에게 미안해했으며 “내가 없어져야 여러 명이 편할 것인데…”라고 자주 말해왔다는 것.
경찰은 원씨가 부인(47)이 공공근로사업과 파출부 생활 등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데다 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도 못한 것이 부담이 돼 결국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원씨와 함께 월남에 파병됐다가 68년 7월 귀국한 황재두씨(56·부산 부산진구 부전동)는 “원씨는 고엽제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며 애통해 했다.
다섯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택시운전 등을 하며 열심히 살아온 황씨도 원씨처럼 3년 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겨 거의 매일 병원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부산지역 3200명을 포함해 전국에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3000명 정도는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는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부산지부장 노우태(盧禹泰·58)씨는 “3년 전 부산지부가 결성된 이후 100여명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었다”며 “정부에서는 이들 참전자의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