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시름의 나날…'구제역' 잊을만하니 '광우병' 날벼락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0분


광우병 한파에 축산농가가 떨고 있다.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음식물찌꺼기가 한우의 사료로 상당수 공급된 것으로 밝혀진데다 “영국에서 동물성 사료를 88년부터 한국에도 수출했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진 이후 쇠고기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어 축산농가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했던 경기 화성과 충남 홍성, 충북 충주 등지의 축산농들은 “이제 소 사육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관계 당국이 쇠고기를 먹어도 좋은지 여부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축산농가 표정〓지난해 6월 이후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조만간‘청정지역’선포를 기대하고 있던 충남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축산농가들은 이제 광우병 파동으로 축산기반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같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으로 한우 29마리를 산 채로 땅에 묻어야 했다는 이 마을 이봉희(李鳳喜·56)씨는 “올들어 간신히 구제역 상처를 딛고 송아지 6마리를 새로 사들였더니 웬 날벼락이냐”며 광우병 파동이 계속될 경우 소값이 급락해 소를 사육해도 송아지 입식비용과 사료비도 건지기 어려워지는 등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000만원의 빚을 지고 한우 95마리를 키우고 있는 전남 나주시 축산농 박모씨(48)는 “광우병 파동이 국내에서는 크게 번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불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소값은 500㎏짜리 한우 암소가 305만원 수준이지만 송아지 입식비와 18개월 동안의 사료비만 합쳐도 270만원”이라며 소비격감으로 소값이 이보다 떨어지면 인건비는 고사하고 축산기반이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국한우협회에는 “앞으로 한우를 계속 키워도 괜찮으냐”는 회원들의 문의에다 “한우는 먹어도 상관 없느냐”는 소비자들의 문의까지 하루 수백통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 단체 김영원(金榮元)대리는 “쇠고기시장 본격 개방을 앞두고 유럽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오히려 한우에는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며 기대를 가졌던 한우 농가들이 최근 크게 낙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위축〓소비자들은 일단 쇠고기는 먹지 말자는 분위기다. 서울 등 대도시 백화점과 음식점 등에서는 최근 쇠고기 판매는 부진한 반면 돼지고기와 닭고기 판매량은 늘고 있다.

쇠고기 불고기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 언양과 봉계지역 100여개 식당은 이번 광우병 파동 때문에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언양읍 동부리 K식당 업주 정모씨(46)는 “최근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휴일인 4일에는 그동안 자리를 가득 메우던 가족 단위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도내 하루평균 소 도축 마릿수가 지난달 말에는 138마리였으나 5일에는 91마리로 34% 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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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대책〓농촌진흥청은 광우병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동물성 사료가 한우농가에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선 농업기술센터 지도 공무원을 동원, 한우 관리에 나섰다.

농진청은 5마리 이하의 소규모 육우 농가가 주로 주변 식당의 음식물찌꺼기를 수거해 먹이고 있다고 보고 이들 농가에 대해 동물성 사료는 먹이지 않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충북도도 5일 산하 축산위생연구소에 ‘광우병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수의사 공무원 등 207명으로 구성된 임상검사팀 운영에 들어갔다.

<청주·울산·광주〓지명훈·정재락·김권기자>mhjee@donga.com

▼도매시장 쇠고기값 하락…소비자가격은 변동없어▼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쇠고기값이 하락하고 있다.

6일 농림부와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도매시장의 한우 경락가격은 중급기준 지육(도축된 후 고깃덩어리)이 1㎏에 지난달 31일 1만790원에서 5일에는 9430원으로 12.6% 떨어졌다.

산지 소값도 떨어져 500㎏ 수소가 지난달 31일 285만원에서 5일에는 280만원으로 떨어졌다.

6일 국내 최대 우시장이 있는 충남 홍성에서는 황소가 ㎏당 5200원에 거래돼 지난주 5600원선보다 7.1% 하락했으며 암소는 ㎏당 5800원으로 지난주 6060원에 비해 4.3% 떨어졌다.

소비자가격은 5일 한우 등심이 500㎏에 1만2040원으로 지난달말에 비해 큰 변동이 없었다.

농림부 김실중 축산물유통과장은 “광우병 불안에다 농민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소들을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더 큰 폭의 가격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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