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박사 빅뱅과 취업난〓교육인적자원부는 11일 박사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조사한 ‘여성 고급 인적자원의 활용 실태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교육부가 박사인력 활용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1년 졸업정원제 실시 이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여자박사의 연평균 증가율(22%)은 남자(11%)의 2배가 됐다.
여자박사의 취업현황은 대학 교수(42.5%)‘개업 등 자영업(11.5%)’연구소(3%) 등의 순이며 40%인 5000여명이 시간강사 등으로 불완전 취업했거나 취업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98∼2000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21개 주요 대학에서 배출된 박사는 3917명이며 99년의 경우 남자 35.1%, 여자 66%가 취업하지 못했다.
▼여성진출 모델 개발해야▼
▽심각한 전공 편중〓98년 여자박사의 전공별 분포는 인문 22.4%, 사회과학 15.3%, 이학 13.5%, 공학 4.3%, 의약학 22.2%, 기타 22.4% 등이고 외국박사 중 인문학 전공자는 지난해의 경우 무려 62.4%나 됐다.
최근 고사위기에 처한 인문 사회분야 전공자가 37.7%나 되지만 수요는 계속 줄어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자 교수는 한해 340명 정도 채용되는데 매년 640명의 박사가 배출돼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흡수되지 못한 박사들이 누적되고 있다.
직능원 진미석(陳美錫) 박사는 “중고교에서 진로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막연하게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차별과 진로계획〓박사 866명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취업에 장애가 되는 요인(5점 만점)’으로 여성들은 취업할 곳 부족(4.9점), 불공정 임용(4.1점), 성차별(3.9점) 등의 항목에서 남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차별 정도는 남자(1.6점)의 2.4배였다. 진로계획은 남자가 3.3점, 여자가 3.1점으로 여자가 낮았다. 취업 전망은 남자가 3.2점, 여자가 2.8점으로 여자가 더 비관적이었다. 진학시 진로계획은 남자가 3.3점, 여자가 3.1점으로 여자가 더 계획성이 떨어졌다.
▼취득기간 남자 62-여자 65개월▼
▽박사 취득 기간〓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남자 62개월, 여자 65.7개월로 여자가 더 길었다. 박사취득에 든 등록금 책값 논문심사비 등 직접 경비는 평균 2422만원, 생활비는 4439만원. 여기에 공부하느라 취업을 유보한 기회비용과 생활비 등을 합치면 1억400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사의 연평균 소득은 남자 2668만원, 여자 1620만원이며 시간강사의 소득은 남자 956만원, 여자 866만원으로 월수입이 70만∼8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안은 없나〓연구팀은 대학의 전임교원 수를 늘리고 대학 재정지원 평가 때 ‘성평등 교수 고용 우수 대학’에 가산점을 줘 여자박사의 과도한 실업난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강사료 현실화와 함께 기초연구소 증설, 민간업체 취업확대, 여자박사 진로개발지원 등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