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느 날 숙제를 하면서 컴퓨터로 도표와 그림까지 넣은 문서를 깔끔하게 작성해 자랑하며 보여준 적이 있어요. 잘 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의 깊게 보지 않았어요.”
D중 2년생 A양의 어머니는 A양이 사무력과 형태 지각력이 다른 능력에 비해 높고 ‘사무 계산 기록직군’에 적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자녀가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이 없어 고민하던 어머니에게 적성검사 결과는 새 시각을 열어준 계기가 된 듯했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가 다른 아이보다 특별히 재능 있고 우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적성검사 결과를 볼 때도 점수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위 10% 이내에 드는지, 상위 20% 이내에 드는지를 먼저 살핀다.
누구나 남보다 뛰어나게 잘 하는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도 자녀의 뛰어난 분야만 밀어주면 되니까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이거나 깜짝 놀랄 만큼 특출한 아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아이는 학습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잠재 능력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그저 보통 아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녀가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다른 아이에 비해 얼마나 잘하느냐에만 관심을 갖는 부모가 많다. 자녀를 다른 아이와 자꾸 비교하고 점수나 등수를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아이를 보는 눈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아이의 특성과 잠재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잘하는 분야의 능력을 더욱 키워주고 못하는 분야는 보충해준다는 심정으로 자녀의 잠재 능력 개발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모가 점수나 등수를 따질수록 아이는 자신을 ‘아무 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무능한 아이’로 생각해 의욕과 자신감을 잃을 위험이 있다. 또 이런 부모는 자녀가 노력해서 일정한 발전이 있어도 다른 아이보다 여전히 못하다면 칭찬하지 않는다. 아무런 격려나 칭찬을 받지 못한 아이는 좌절할 수 있다.
점수나 등수에 신경쓰기보다 그 일 혹은 그 학습 자체를 즐기고 몰두할 수 있을 때 아이도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자녀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격려하는 것이 잠재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진로정보센터 상담원>
eunhk@krivet.re.kr
◇이렇게 해보세요
-성적으로 능력 평가하지 않기
-일상생활에서 무슨 일을 잘 하는지 살피기
-남과 비교해 말하지 않기
-“너는 이걸 잘하는구나”라고 칭찬하기
-자녀 수준에 맞는 목표 잡기
-재미있게 배우도록 도와주기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