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 이도행씨 무죄선고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39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의 피고인 이도행(李都行·39)씨가 “유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이종찬·李鍾贊부장판사)는 17일 95년 아내와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되돌려진 이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이씨에 대해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간접적인 정황 증거만으로 이씨를 범인으로 단정했다”며 “살인사건 당시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씨가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이씨를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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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씨의 아내 최씨의 위(胃) 상태와 당시 복장, 시체경직상태 등으로 미뤄볼 때 이들이 이씨가 출근한 7시 이전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또 이씨가 7시 이전에 불을 지르고 화재 지연 장치를 해 1시간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연기가 발견되도록 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범행 동기도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씨의 정신적 충격이 컸을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허위로 보기도 어렵다”며 “오히려 제3자의 범행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95년 6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불륜사실과 재산문제 등을 놓고 다투던 아내 최모씨(사망 당시 31세·치과의사)와 한살배기 딸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같은해 9월 구속기소됐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 또다시 상고할 것으로 보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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