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젊은 국악축제' 참가하는 재일피아니스트 양방언씨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35분


“국악을 의식해 온 것은 아니지만 제 음악 속에 국악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정말로 기뻤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저의 음악과 국악이 얼마나 잘 조화될 수 있을 지를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24일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젊은 국악 축제’(동아일보사 주최)에 초청을 받아 공연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양방언(梁邦彦·41)씨. 양씨가 국악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가 재일교포 2세이기 때문이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불려온 그가 국악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 중학교 때까지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국악의 가락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저의 음악에서 국악적 요소가 감지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는 1996년부터 4개의 창작 앨범을 냈고 99년 11월 처음 한국에서 공연했다. 이번이 한국에서의 4번째 공연으로 그의 3집 앨범 ‘Only Heaven Knows(하늘만이 안다)’ 중에서 아시아적 요소가 강한 곡을 골라 국악적 요소를 가미해 편곡한 작품을 선보인다.

양씨는 80년대 아시아를 대표했던 홍콩의 록밴드인 비욘드의 음악 프로듀서, 청룽(成龍)이 주연한 영화 ‘데드 히트’의 사운드 트랙 담당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솔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더욱 윤택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국악에 대한 도전도 그런 실험정신의 한 표현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더 자주 연주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자에 대해 즉각적이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한국 관객에게 매료됐기 때문이란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나 의사집안의 전통에 따라 의대에 진학해 1년간 의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음악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그의 음악 세계는 국악과의 만남을 통해 한 차원 더 넓은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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