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공항 문제]600인승 이상 초대형기 수용못해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9분


《인천국제공항은 시설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활주로나 여객터미널 등을 4단계로 나눠 건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추가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반쪽’ 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활주로나 여객터미널은 항공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서둘러 증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활주로 간격 국제기준의 3분의 1▼

▽동시 이착륙이 불가능하다〓인천공항에 설치된 활주로 2개의 간격은 414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동시 이착륙 가능 간격 1200m에 턱없이 부족하다. 동시 이착륙 가능 간격은 기류에 의한 항공기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ICAO가 정한 기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활주로 활용 능력을 30% 가량 줄여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연간 이착륙 용량이 17만회인 활주로가 2개(1, 2번 활주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연간 34만회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ICAO 기준 때문에 실제로는 30% 줄어든 24만회만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통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2007년경(미국 항공수요 예측 기관인 LFA사 자료) 인천공항에 항공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천공항은 당초 착공할 때 활주로 간격이 좁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3, 4번 활주로가 생기면 1, 2번 활주로 사이의 간격이 좁아도 운항에 무리가 없고 △활주로 간격을 넓히기 위해 공항 주변에 있는 산을 깎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활주로 간격을 이같이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측은 “인천공항은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활주로 4개를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건설됐기 때문에 1, 2번 활주로만으로는 향후 급증할 항공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1번 활주로에서 남서쪽으로 2100m 떨어진 곳에 3번 활주로를 건설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번 활주로 건설은 예산을 배정 받지 못해 설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의 경우 설계 작업과 연약 지반 보강, 활주로 포장 공사 등에 최소 7∼8년이 걸린다.

▼시설보완 안하면 '지역공항' 전락 우려▼

▽초대형 항공기는 사절〓보잉사와 에어버스가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600인승 규모의 초대형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는 이착륙할 수 없다. 활주로나 유도로의 길이나 폭이 좁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B747과 같은 대형 항공기는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항공시장이 2005년 상용화되는 초대형 항공기 위주로 재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활주로나 유도로 보완 공사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홍순만(洪淳晩)건설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은 “보잉의 B747―600과 에어버스의 A380―200 등 6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가 세계 항공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동북아지역 중추공항을 목표로 건설된 인천공항도 서둘러 이들 초대형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하지 않는 한 지역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산부족…2단계 공사 착공 불투명▼

▽공항 건설 인력의 엑서더스〓공항 건설 인력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항 공사 특성상 규모가 크고 정밀한 시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번 양성된 인력을 이용하면 나중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경우 2단계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여서 건설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김세호(金世浩)건교부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은 “서울 지하철의 경우 1기 노선을 완공한 후 2기 노선을 곧장 착공하지 않아 노하우를 가진 건설 인력들을 2기 공사에 다시 불러들이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공항도 그 같은 선례를 밟지 않으려면 서둘러 2단계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인천공항 공사에 투입된 전문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국가가 태국 이집트 등 10여개국에 이른다”며 “애써 양성한 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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