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美선 도박법으로 규제…한국 허가만 따면 '황금알'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44분


정부의 ‘무사안일’한 카지노 정책이 얼토당토않은 한무컨벤션㈜의 오크우드 호텔과 같은 ‘허깨비 카지노’(면허도 없이 도박장을 설치한 것)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국민건강과 사회안정을 해치고 국가경제를 피폐시킬 만한 핵폭탄에 비견될 정도의 위력을 지닌 카지노라는 ‘괴물’을 우리에 가둬 놓고 적당히 먹이나 주면 큰돈을 벌어다 주는 멍청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정도로 보고 다루는 정책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도박법으로 면밀하게 규제하고 통제한다. 미국 네바다주는 도박을 합법화한 1931년에 도박법(Gaming Law)을 제정하고 1959년부터는 도박정책위원회(Gaming Commission)와 도박 감독 위원회(Gaming Control Board)를 통해 면허발급 등 모든 규제와 통제를 가하고 있다. 발급절차도 까다롭다. 조직범죄는 물론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어떤 전력도 없는 사람’이라는 그 자격됨을 ‘스스로’ 증명토록 한다. 도박정책위의 세밀한 조사와 보충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하며 개인신상 및 기업장부 은행거래 내용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조사비용은 신청자 몫. 어떤 경우는 참고인으로 1000명 가까이 조사하고 비용도 100만달러 이상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청회를 통과해야 한다.

면허를 받더라도 규제와 통제는 계속된다. 탈세와 돈세탁 방지가 주목적. 미국은 연방법으로 카지노도 은행처럼 1만달러 이상 사용자는 신상명세를 파악토록 규정했다. 또 각 주정부는 탈세 여부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회계관리 규정을 두고 수시로 조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규제와 통제가 미흡한 수준이다. 내국인 카지노가 생긴 후에도 도박법은 없다. 관광진흥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의 카지노 운영 개념은 아직도 ‘관광 진흥’이지 ‘분명하고도 실제적인 도박의 해악으로부터 국민과 사회 국가경제를 보호’하는 ‘도박 폐해 방지’는 아니다. 돈세탁 및 탈세방지를 위한 장치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

이런 현실에 비춰 보면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지경이니 누구나 카지노 사업에 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에는 서울의 특급 호텔에서 몇 개 층을 임대해 카지노를 열겠다고 입국한 동남아 화교자본의 사업가도 여러 명 보였다. 상당한 공간을 카지노장으로 유보한 채 면허신청 공고만 기다리는 호텔업자도 여러 명이다. 한결 같이 ‘규제 통제가 강화되기 전에’ 허가를 따겠다는 영리한 머리의 소유자들이다. 한무컨벤션㈜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국민과 사회의 건강을 담보로 허가하는 카지노. 보다 면밀한 규제 및 통제를 위한 도박법 제정과 도박정책위, 도박감독위 설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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