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가 화마 더 키웠다…주택가 이면도로 차 빽빽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2분


주택가 소방도로 미확보 문제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주택가 주차차량으로 인한 소방도로 미확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4일 새벽 서울 홍제동 다가구 주택 화재에서도 역시 초기 진화에 큰 장애요소가 됐다.

또 일가족 10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율암마을 역시 소방도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 소방차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제동 다가구 주택 화재현장에 이르는 폭 6m 이면도로 양쪽에는 인근 주민들이 주차한 차량으로 꽉 차 있어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진입을 포기하고, 마침 이면도로 벽면에 설치돼 있던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시켜 진화에 나섰다.

간선도로인 의주로에서 화재현장으로 가기 위한 폭 8m, 길이 100m의 도로도 주차차량으로 소방차들이 50m 정도만 진입할 수 있었고 화재발생 후 40여분이 지난 오전 4시30분이 되어서야 살수차 1대만 6m 이면도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많은 화재 현장에서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차량으로 소방차가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빚어지고 있다”며 “화재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으면 주차된 차량을 빼내줄 것을 요청하거나 소방호스를 길게 연결시켜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시간지체로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율암마을은 지리적 위치도 문제였다. 마을 입구는 시골길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이 2∼3m에 불과해 소방차는 고사하고 일반 승용차도 들어가기 어렵다. 이번 화재에도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해 소방관들이 호스를 들고 70여m를 뛰어가서 불을 꺼야 했다.

주민들이 마음대로 비닐하우스의 방과 출입구를 배치하는 바람에 불이 났을 경우 대피하는 통로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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