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릉산 밑에 자리잡아 전체 규모가 2만220여평에 달하며 비닐하우스 111개동이 들어서 10여년 전부터 조성된 서울의 대표적 꽃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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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경기위축에 따른 꽃값 하락과 유류비 인상 등이 겹쳐 상당수 비닐하우스는 비어 있는 상태. 일부 주민들은 IMF 사태 이후 살 곳이 마땅치 않자 빈 비닐하우스 내부에 칸막이로 방을 만들고 주방을 꾸며 살고 있다.
변을 당한 이일행씨 가족은 15년 전 이씨가 강남구 대치동에서 운영하던 슈퍼마켓이 부도가 나면서 이곳으로 옮겨 온 경우. 400여평에 꽃 재배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 가족은 그나마도 경제난으로 어렵게 되자 꽃농사를 접고 둘째아들(29)이 택시운전을 하며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해왔다. 그러다 지난해말 청주에 살던 큰아들(31)이 실직한 뒤 상경한 데 이어 최근 부인과 1남1녀를 데리고 와 대가족이 되었다.
이곳 비닐하우스촌에는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이처럼 출가한 자식들까지 함께 대가족을 이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
주민 정용만씨(60)는 “지방에서 운영하던 인형공장이 부도난 후 이곳에 들어와 산 지 10년이 다 돼간다”며 “봄여름에는 300여평에 야채 꽃 농사를 하며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지만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 구청 공공근로사업에 나간다”고 말했다.주민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솜 천 스티로폼 등을 비닐하우스 바깥에 잔뜩 얹어놓아 화재에 극히 취약한 ‘시한폭탄’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남소방서가 소화기를 한집에 1개씩 지급한 것 외에 다른 ‘화재예방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