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부동산신탁등 잇단 부도…입주예정자 "잠이 안와"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53분


“3500만원을 겨우 대출받아 중도금을 냈는데…. 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연기도 안 해줄 것 같은데 어떡합니까.” (시티코아 아파트 계약자)

“지난해 11월 27일이 신탁 만료일인데 공사는 중단됐고 사채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공기업을 믿었는데 누가 책임집니까.” (한국부동산신탁 홈페이지)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최종 부도와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의 자금난, 동아건설의 파산 위기에 이은 고려산업개발의 부도.

올들어 대형 건설업체와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잇따라 휘청거리면서 이들 업체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들 4개 업체가 분양을 한 뒤 공사가 중단되거나 입주가 지연되고 있는 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포함)는 70여개 사업장에 약 5만가구. 4인가족 기준으로 단순히 계산해도 20만명의 입주예정 가족들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4대 부실 건설 사업장에 대해 정부나 기업, 채권단 모두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일만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욱 큰 골칫거리다. 한부신과 코레트신탁은 채권단 합의로 ‘사적화의’가 이뤄져 6개월간 채권 행사가 중단된 상태. 동아건설은 16일 법원에서 파산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고 고려산업개발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이들 부실 건설사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분리 후 매각하거나 사업을 취소할 예정이다. 시공사 교체 등으로 짧으면 3개월에서 심한 경우 1년 이상 공사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이 분양보증을 선 경우 선납금을 떼일 가능성은 적지만 고려산업개발이 시공한 것으로 보증이 없는 일부 재건축 아파트 등은 중도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시공업체가 파산하는 경우에는 공사 여부마저 불투명해진다. 은행대출 등으로 분양금을 낸 사람들은 공사나 입주 지연으로 이자를 물면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 경제적 심적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한부신 홈페이지에 “빌린 돈 이자 내려고 하루 2만원 벌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고 밝혔다. 한부신이 사업주체이고 동아건설이 시공사로 나선 동아솔레시티 아파트 입주예정자인 이모씨(50)는 “당초 2월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한부신 부도와 동아건설 사태 등이 겹치면서 마무리 공사만을 남긴 채 공사가 중단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원 영통 롯데아파트의 경우 시행사인 한부신과 대한주택보증이 중도금 납부와 관련, 각기 다른 안내문을 내보내 입주 예정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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