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살신성인 가슴에…" 부산 소방관 불길속 14명 구조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34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보여준 소방관 6명의 살신성인 정신은 부산으로 이어져 소방관들이 위급한 상황을 무릅쓰고 주민 14명을 구출했다.

5일 오후 7시 3분 14초. 부산진소방서 상황실에 부산진구 범전동의 한 가구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을 뚫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7분여 만인 7시 10분경.

불길은 이미 단층 목조건물인 가구공장을 집어삼키고 바로 옆 5층짜리 다가구주택 꼭대기까지 치솟으며 옮겨붙고 있었다. 가구공장 내의 시너와 본드 등 유독물질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가 공장과 다가구주택을 뒤덮고 있었다.

구조대원 22명은 곧바로 다가구주택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집안에 사람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안전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구조대원들이 10가구가 사는 3∼5층으로 올라갔을 때는 코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찬 상황.

대원 2명은 불이 제일 먼저 옮겨붙은 303호로 바닥을 더듬으며 기어 들어가 실신한 김수암(90) 박연리씨(83·여) 부부를 업고 뛰어나왔다. 나머지 대원들은 복도에서 연기 속에 갇혀 기절하기 직전에 놓인 5명을 발견, 산소마스크를 씌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가구마다 돌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을 구출해낸 수는 모두 14명. 불과 10여분 만의 일이다.

화재현장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주민들은 구조대원들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김수암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지고 말았다. 소방관들은 이 소식에 착잡하기만 했다.

“조금만 더 빨리 갔더라도….”

이날 구조활동을 지휘한 정문표 소방장(49)은 “화재현장에서 큰 부상을 당해 몇 차례나 입원했지만 불길 속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되면 어느새 두려움도 사라지고 또 다시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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