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남한에서 첫 수업을 하게 되는 탈북자 천정순씨(37세)가 담담하게 털어놓는 교육지론이다.
북한에서 11년간 수학교사로 근무했던 천씨가 지난 97년 탈북한 뒤 힘겨운 생활설계사 등을 거쳐 남한생활 4년만에 꿈에 그리던 교단에 서게 된 것이다.
천씨가 둥지를 튼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성지중·고등학교'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를 위한 대안학교. 하지만 일반학교와 같은 학력이 인정된다.
"정말 너무 기쁩니다. 내 자식같이 사랑하며 가르치고 싶습니다"
천씨의 '교사복귀'는 관할서 경찰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지난 1월 천씨의 교사경력을 아깝게 여긴 담당경찰이 이 학교 김한태교장에게 천씨를 추천했고 김교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
"그동안 학교에 안보강연을 많이 나갔었어요. 학생들이 북한학생들하고 많이 틀리더라구요. 자유분방하고 하고싶은 이야기도 마음껏 하구요."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북한학생들은 한마디로 교사에게 '복종'을 한다는 것이 천씨의 설명이다. 북한학생들과는 꽤 다른, 특히 소위 '문제아'라는 아이들을 가르치게 됨에도 불구하고 천씨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단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면 아무 문제될게 없다는 것이 천씨의 '교육지론'이기 때문.
"TV에서 남한교육의 문제점을 다룬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한 교사가 '학원가서 공부하라'며 학생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웠어요. 교사들은 학생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남한 학생들의 '당돌함'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스러울만도 한데 천씨는 아예 그런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첫수업을 하루 남겨놓고 수업준비에 한창인 천씨는 요새 부쩍 북한의 제자들 생각이 난다고 한다.
"북한아이들이 수업받는 모습을 TV에서 볼 때마다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이들 이름도 하나하나 다 생각이 나구요."
울먹이며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영락없는 '정많은 교사'의 모습이다.
천씨가 다시 교사가 되기까지는 탈북자로서의 어려움이 많았다. 시누이의 권유로 보험설계사로 나섰는데 낯선 남녘땅에서 '문전박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는 것.
"참 어렵더라구요. 힘들구요. 여기 말대로 '스트레스'도 무척 많이 받았어요."
북한에서 김정숙사범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던 천씨는 남한에서의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다시 얻은 '교사'직업이 더욱 감격스럽단다.
천씨는 아직 정식교사가 아니라 시간강사이다. 성지중·고등학교가 정식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생활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천씨는 통일부에 교원자격증명을 요청해 정식교사로서 남한에 자리잡을 야무진 계획도 가지고 있다.
11년동안 북한 학생들에게 흠뻑 정이 들었다는 천씨. 이제는 남한 학생들과 '정붙이기'에 나설 계획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