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파문]속기록으로 살펴본 '98년 관광진흥법'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48분


98년 12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카지노 허가대상에 특1급호텔 외에 국제회의업 시설(컨벤션센터 부대시설)도 포함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토론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사전 내락 의혹을 받고 있는 ㈜한무컨벤션의 컨벤션에넥스가 카지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본사 취재팀이 국회 속기록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국회 문광위는 98년 12월9일 이협(李協) 위원장의 사회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당시 개정법안은 문화관광부가 제출했으며 문화부의 신낙균(申樂均) 장관과 임병수(林炳秀·현 문화사업국장) 관광국장이 출석해 개정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위원들과 질의응답을 벌였다.

당시 신 장관은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이 △국제회의업 시설을 관광사업으로 추가하고 카지노 허가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1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카지노영업을 허가하는 것 △관광숙박업의 사업계획 승인 권한 등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호선(千浩仙) 국회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의견 발표에서 “개정안은 카지노업을 신설할 수 있는 요건을 많이 규정하고 있어 관련 업계 및 이해관계자의 기대수준을 지나치게 높이고 있으며 시민단체 등에서 사행행위가 증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종합적인 정책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외국인에 대한 카지노 영업허가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외국인에게 카지노영업을 허가해도 외국인만 출입하게 하므로 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외국인들은 궁극적으로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내국인들을 출입시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외화획득이 아니라 국부유출이 이뤄진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남 의원에 이어 같은 당 정상구(鄭相九) 의원 등도 잇따라 반대의견을 내놓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문광위는 5일 뒤인 12월14일 △1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카지노를 허가하도록 한 부분은 보류하고 △국제회의 시설의 부대시설에도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수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남 의원은 “당시 외국인에게 카지노를 허용하는 문제가 워낙 심각한 사안이어서 토론이 그곳에 집중됐고 컨벤션센터 부속시설에도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잘 몰라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컨벤션 시설의 경우 돈이 많이 들고 이익은 별로 없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컨벤션시설에 대한 투자 유인책으로 카지노 허가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며 문광위 위원들도 별 이견없이 이 개정조항을 통과시켜 줬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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