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와 삽살개 등 토종개를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임인학씨(41)는 최근 자신의 작품 1만 컷 가운데 700여장을 엄선해 인터넷 사이트(http://www.dogphoto.co.kr)에 올렸다.
이 사이트에는 생후 1~2개월된 깜찍한 강아지, 주인이 외출한 빈집을 지키다가 깊은 '상념'에 빠진 진돗개, 물놀이에 푹 빠져버린 털북숭이 삽살개, 서너배 덩치가 큰 멧돼지 사냥에 나선 용감한 진돗개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임씨는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10여년간 찍은 사진을 엄선하는 작업을 거쳐 지난 2월28일 이 사이트를 열었다.
사이트에서 앙증스럽고 늠름한 토종개들의 자태에 매료된 애견가들은 "토종개의 아름다움을 인터넷에서 감상하게 돼 흡족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가 진돗개에 매료돼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부터. 토종개를 주제로 10년이 넘도록 셔터를 눌러댄 임씨지만 해가 갈수록 사진찍기가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동물사진이라면 다 그렇듯 연출이 불가능한데다 피사체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경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돗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어떤 이는 마치 전쟁터의 병사가 쉴새없이 기관총을 쏘아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수북이 쌓인 필름을 들고 현상소에 갈 때면 늘 좋은 사진에 대한 기대로 들뜨지만 결과는 항상 아쉽기만 해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는 임씨.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는 개들을 자연스런 포즈로 잡아냈던 10여 년 전이 진도개 사진찍기에 훨씬 편했다는 그는 "이제는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개도 없거니와 간혹 있더라도 대부분 모델 역할을 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임씨는 어쩌다 모델이다 싶어 찍은 사진들도 인화해 놓고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필 돈도 안 되고 고생스럽기만 한 '개 사진'을 찍게 됐느냐는 질문에 임씨는 "개를 마주보고 카메라를 꺼낼 때가 제일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씩 웃었다.
이렇듯 개에 대한 애정과 사진작가로서의 정열을 담아 만들어낸 이 사이트에는 임씨가 직접 찍은 토종개 사진뿐 아니라 진돗개와 삽살개의 역사, 사진마다 얽힌 일화들과 예술의 고장 진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네티즌들이 애견사진과 사연을 올릴 수 있는 '애견자랑'코너와 진돗개·삽살개 사진이 그려진 머그컵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도 마련돼 있어 본격적인 '개 포털사이트'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임씨는 '한국의 토종개' '애견 기르기' '아름다운 우리 진돗개'를 책으로 펴냈으며 지난 94년에는 '한국의 토종개' 라는 주제로 서울·대구·포항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