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허가없이 진행돼온 서울 강남 카지노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관계 유착 등 숱한 의혹 제기로 앞으로 카지노 허가가 날 가능성은 적지만 이미 사전 내락이 떨어진 상태에서 카지노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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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뜻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1일 본보의 첫 보도 이후 8일까지 각 언론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의혹해소와 진상규명을 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도 묵묵부답이다.
▽카지노 사건 이대로 묻히나〓카지노업계와 수사관계자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어떤 형태로든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근거는 ‘돈의 논리’다. 사전 내락을 받고 거액을 들여 카지노를 추진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돈을 몽땅 날리게 되고, 결국 그에 따른 ‘불만’이 ‘폭로’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사전내락과 카지노시설 추진이 필연적인 관계이듯이 허가약속 위반으로 카지노사업이 무산될 경우 그에 따른 반발이 표출되리라는 것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지노 사업을 추진한 쪽에서는 일부 ‘험악한’ 분위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투자금 규모와 성격〓한무컨벤션 김용식(金勇植·52)회장은 97년 12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신진학원 소유의 서울 양평동과 번동 자동차학원 2곳의 부지를 890억원에 팔았다. 김사장은 이 가운데 600억원을 출자해 98년 5월 한무컨벤션을 설립했다.
김사장은 이어 99년 11월 산업은행에서 오크우드호텔과 컨벤션에넥스 건설자금으로 740억원, 하나은행에서 추가로 300억원의 대출승인을 받았다. 두 은행은 그후 공사완성도(기성고)를 조사해 각각 380억원과 150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현재까지 한무컨벤션에 투입된 대출금은 모두 530억원인 셈.
호텔과 에넥스빌딩의 기성고 조사를 담당했던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까지 두 건물 공사에 들어간 돈은 대략 530억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카지노가 설치된 사실은 몰랐으며 해당 장소인 컨벤션에넥스빌딩 2, 3층은 칸막이 등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산업은행 관계자는 또 “한무컨벤션은 초기 자본금 600억원을 예금통장에 입금했는데 현재 몇십억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무컨벤션은 ‘학원자산’ 600억원 가량을 카지노 시설 설치비용으로 투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무컨벤션측은 “카지노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고 다만 에넥스빌딩 2, 3층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20억원 정도가 들었다”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일부에서는 카지노 시설비용을 부담한 제3의 전주(錢主)가 따로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