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삼성전자 주총…소액주주운동 촉각

  • 입력 2001년 3월 8일 23시 40분


담배인삼공사가 6일 집중투표제 도입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9일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소액주주 운동에 대해 중립을 지켜 온 공기업과 연기금들이 지지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김선영이사는 “시민운동단체가 사내이사 후보를 내세워 정치 논리가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도 중시하지만 원칙적으로 참여연대측 논리와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사실상의 영구 보유 우량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앞으로도 주주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상시적인 경영 감시를 위해 기관투자가협의회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대한지방행정공제회도 이날 참여연대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세 연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0.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주요 연기금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소액주주운동은 적지않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

참여연대 김은영간사는 “전례없는 일이며 금융권 기관들이 등을 돌린 답답한 상황에서 소액주주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주주들은 외국계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이 5일 종전 입장을 뒤집어 지배주주 지지 입장을 선언해 총48개 회사 중 서울투신운용만이 참여연대측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 한 투신사 관계자는 “삼성측으로부터 말하기 부끄러운 노골적인 압력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9일 주총장에서는 공공 부문은 소액주주측을, 민간업체들은 지배주주측을 옹호하는 희한한 대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공기업과 연기금들이 잇달아 소액주주운동 지지를 선언한 배경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측 압력을 지목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김낙중재정부장은 “신용등급이 A+이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는 등 우리 자본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라며 “주식에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선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담배인삼공사 이영태경영전략국장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등 이번 정관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5월에 마련한 뒤 끈질긴 건의를 통해 정부측의 내락을 얻어낸 것”이라며 “소액주주권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불식되면 민영화를 앞둔 다른 공기업들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