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법사위를 열어 보완책을 논의키로 했지만 11일 오후까지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법사위의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이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 중이어서 여야간의 막후 접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사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11일 “총무단에서 본회의 일정을 잡으면 법사위의 일정도 정할 생각인데 아무래도 3월 중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의 속내야 어떻든 공식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법안 통과시 신설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이다.
FIU는 금융기관이 범죄의혹이 있다고 알려오는 금융거래에 대해 조사를 한 뒤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에 이를 통보하는 기구. 기구의 구성 및 운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으나 정부는 대체로 재정경제부의 1급 간부 정도를 책임자로 둘 생각이다.
문제는 FIU가 위법사실을 조사할 때 법원의 영장 없이 계좌추적을 마음대로 실시할 수 있다는 점. 한나라당이 “FIU가 초법적인 권한으로 계좌추적을 하다 보면 야당탄압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좌추적시 1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규정을 두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럴 경우 법 취지가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정치자금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법 논리상 맞지 않지만 본인 통보 규정을 두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각국에 전달한 입법 권고사항에서 비밀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본인 통보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9일 법사위에서 정부측은 이를 근거로 제시하며 본인 통보 규정을 두게 되면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치자금을 돈세탁 관련법안의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가 다시 엉뚱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이를 번복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한편 정치자금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결국 이에 대한 여야 합의를 유도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천정배(千正培) 의원에게는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고 두 의원의 비서진은 전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