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지나는 한강에 황쏘가리와 은어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서울시가 국립수산진흥원 청평내수면 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5월16일부터 12월20일까지 한강 어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황쏘가리와 은어가 그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조사 결과 서울구간 한강에서 발견된 물고기는 총 56종. 90년 당시 21종에 비하면 11년만에 35종이나 늘어난 것이며 첫 조사가 이뤄진 58년 당시 61종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잠실수중보 아래에서 수질 개선의 지표가 되는 은어가 58년 첫 조사 이후 처음으로 발견됐다. 또 서울구간 한강에서 보이지 않았던 천연기념물 190호 황쏘가리를 비롯, 버들메치 젓뱅어 가숭어 점농어 강주적양태 날개망둑 등 7종이 새로 발견됐다.
조사를 맡았던 청평내수면 연구소 이완옥박사는 “황쏘가리 등이 서울 시내인 강동대교 부근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강의 대규모 공사가 많이 줄었고 수질이 차츰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대교 등 7개 조사 지점별로 물고기 분포 현황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많은 40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곳은 단연 밤섬이었다. 밤섬은 모래톱이 잘 보존돼 있어 물고기 새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어류 산란장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이박사의 설명.
반면 중랑천이 유입되는 동호대교 부근은 ‘최악’이었다. 발견된 물고기 종류가 조사 지점 중 가장 적은 21종에 그쳐 이 일대 수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홍제천 안양천이 유입되는 성산대교 부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옛 난지도 부근 한강밑에서는 수초(水草)가 많이 발견돼 잘 관리할 경우 물고기들의 새 ‘보금자리’로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잠실수중보 상류에는 대농갱이와 납지리가, 중하류에는 강준치와 누치가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참게 황복 웅어 쏘가리 모래무지 등도 떼지어 발견됐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58년 첫 조사 때 관찰됐던 싱어, 묵납자루, 쉬리, 줄몰개, 배가사리, 송사리, 농어 등 16종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한강의 수질 개선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58년(61종), 87년(41종), 90년(21종), 94년(39종), 98년(46종), 2000년(56종) 등 6차례의 조사를 통해 한번이라도 한강에 서식했거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어종은 모두 87종으로 집계됐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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