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2700만명시대…불붙은 요금논쟁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29분


“휴대전화 기본요금을 30% 이상 내려라.” “못 내린다.”

휴대전화 요금을 둘러싸고 이동통신업체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시민단체가 드디어 실력 대결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14일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이동통신업체들을 상대로 ‘이익의 소비자 환원’을 요구하는 장기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참여연대 박원석(朴元錫) 시민권리국 부장은 “휴대전화 가입자가 전 인구의 60%에 이르는 2700만명으로 늘어났으나 요금은 700만∼800만명선이던 97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동전화업체가 5개에서 3개로 줄어들어 마케팅비용이 크게 줄었고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에 이르던 단말기 보조금도 없어진 만큼 통화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업체별로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선인 기본요금은 분명한 근거 없이 책정된 것이므로 최소 30% 이상 인하하거나 기본통화를 40분 이상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기본요금을 내면 20∼120분의 기본통화가 제공된다는 것.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이동전화 3사의 총매출액은 약 10조7000억원, 업체별로 많게는 1조40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 이 가운데 기본요금 수입이 36%를 차지한다.


반면 가구별 이동통신요금 부담은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한국통신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99년6월부터 1년 사이 가구별 휴대전화 요금은 3만8991원에서 5만6714원으로 45.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휴대전화 요금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4배 이상이라는 것이 참여연대의 분석이다. 99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에게 가장 유리한 요금체계로 100분을 사용했을 경우 GDP 대비 휴대전화 요금 비율이 한국은 5.14%인데 비해 미국 1.26% 캐나다 1.83% 프랑스 1.28% 등으로 한국이 훨씬 높다는 것.

참여연대는 이날 요금 인하 외에 △이동전화요금 원가내용 공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통신위원회 독립과 위상강화 등을 정부와 업계에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업체들은 ‘누적 적자’와 ‘IMT―2000 등 신규사업 투자부담’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1조가 넘는 매출을 올린 SK텔레콤측은 “매년 조금씩 요금을 인하해왔다”면서 “아직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요금 인하에 관심을 돌릴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후발 사업체인 LG텔레콤측은 “올해 겨우 흑자가 기대되는 마당”이라며 “지금 요금을 인하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회원 20여명은 이날 정오부터 서울 중구 명동 밀리오레빌딩 앞에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 캠페인을 벌였다. 홈페이지(www.myhandphone.net)를 통한 휴대전화 요금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이날 서명에 참가한 회사원 김경(金璟·38)씨는 “평소 기본 요금이 많아 부담스러웠다”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면 이익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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