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최대 밀수조직 검거]검찰-日구입자 위장작전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1월16일 오후 9시 제주도 남방 186마일 해상.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일장기를 단 100t급 고깃배가 중국 국적의 130t급 철선인 ‘만타이’호를 향해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두 배가 선체를 마주 대자 한국 검찰의 마약 수사관 2명이 재빨리 만타이호에 올라 선내를 뒤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히로뽕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 수출해온 한국인 조직 ‘김사장파’를 검거하기 위한 ‘제주도 작전’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 동북아 최대 마약밀매조직 적발

검찰은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일본인 히로뽕 구입자로 위장, 중국의 판매책에게 히로뽕을 주문한 뒤 1월10일 오후 제주의 고깃배를 빌려 접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풍랑이 심한 겨울바다 가운데에서 만타이호는 기관고장을 일으켜 약속장소가 아닌 대만 쪽 공해상으로 흘러가 버렸다. 고깃배를 앞세운 해경 경비정이 헬리콥터와 함께 폭풍우를 헤치고 만타이호를 찾아 헤맨 지 6일째.

어렵게 조우한 만타이호에는 중국인 밀입국자 77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측 배를 구조선으로 착각, 한꺼번에 옮아 타는 바람에 한때 배가 기울기도 했다. 운반책 김모씨(31·조선족)는 이때 검거됐다.

이후 검찰은 중국에 거주하는 총책 김모씨(36)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수집, 그가 국내 마약 사건 12건에 관련됐다는 사실과 중국 내 휴대전화번호 5개를 찾아냈다. 이 같은 정보와 지난해 3월24일 양국사이에 발효된 ‘형사사법 공조조약’을 근거로 중국 공안청과의 공조가 시작됐다. 중국측은 5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총책인 ‘김사장’ 등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9일 헤이룽장(黑龍江)성 치타이허(七臺河)시에서 공장설비를 갖춰놓고 대규모로 마약을 제조해온 이모씨(54)와 다른 김모씨(45) 등 제조책 2명도 검거했다.

이들이 만든 히로뽕은 항공택배 등으로 한국과 일본으로 보내졌고 3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반입하다 적발된 것만 15㎏, 소매가로 450억원대에 이른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판매책 6명은 이에 앞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지검 강력부 이준보(李俊甫) 부장검사는 13일 “총책 김씨 등은 한국에서 히로뽕 제조공장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94년 중국으로 도피해 활동을 해왔다”며 “최근 2, 3년 간 국내에 유입된 히로뽕의 50%를 김사장파가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검거된 김씨 등 4명은 현재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김씨 등 4명을 한국에 인도받거나 검사를 현지에 파견에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