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완주 소방관 "순직 동료 떠올리며 끝까지 뛰었죠"

  • 입력 2001년 3월 18일 18시 24분


최규태 소방관
최규태 소방관
“힘든 고비마다 화재진압 도중 숨지거나 사경을 헤매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18일 열린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정동숙(41·마포소방서 소방교), 윤복현씨(41·동작소방서 소방교)와 하프코스를 뛴 최규태씨(41·마포소방서 소방장). 이들은 결승점을 통과한 뒤 “국내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한 것이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들은 특히 전날 당직근무로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힘든 상황에서 참가, 무사히 레이스를 마쳐 동료들의 힘찬 격려를 받았다.

소속과 임무가 다른 세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순전히 마라톤 덕분. 저마다 검도, 축구 등 각기 다른 운동에 열성이던 이들은 5년 전 같은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면서 달리기에 흠뻑 빠졌다. 이날 동아마라톤에 세번째로 참가, 3시간 9분대에 완주한 정씨는 이들 중 ‘마라톤 최고참’으로 그동안 풀코스만 15차례나 완주한 경력이 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몸을 괴롭히던 당뇨, 고혈압도 싹 가시고 감기 한번 앓지 않았죠. 제 인생이 바뀐 겁니다.” 정씨는 이번 대회에 대비해 매일 25㎞씩 남산순환도로를 달리며 지구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윤씨도 풀코스만 11차례 완주한 ‘베테랑’. 그도 매일 출퇴근 전후 10㎞씩 달리며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탓에 이날 3시간 25분대로 풀코스를 마쳤다. 윤씨는 “특히 IMF사태 이후 집안이 어려워져 힘들었던 순간들을 마라톤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라톤 대회에 처음 참가해 1시간 50분만에 하프코스를 끝낸 최씨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시민들의 아낌없는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다음 목표는 풀코스 완주”라고 의욕을 보였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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