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강남 '쓰레기 대란' 끝이 안보인다

  • 입력 2001년 3월 18일 19시 09분


《1000억원이 넘는 서울 시민들의 혈세로세워진 강남구 일원동 쓰레기 소각장에 16일부터 쓰레기 반입이 중단되면서 강남의쓰레기 대란이 증폭되고 있다. 강남구는16일부터 일원동 소각장 반입이 중단된 강남구의 쓰레기 700t을 세곡동 임시적환장에임시로 쌓아놓고 있다.

이번 수요일쯤이면 ‘한계선’을 넘을 것으로 보여 자칫 강남지역은 쓰레기 더미가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주민들 사이에서나오고 있다. 강남구에서 발생하는 소각대상 쓰레기는 하루 평균 300여t정도이며 이가운데 250t정도가 일원동 소각장으로 반입돼 왔다. 강남쓰레기대란의 발단은 강남구의회가 일원동 소각장 관리를 맡은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선정을 보류하자 주민지원협의회가 아예 강남의 쓰레기 반입을 막으면서 불거졌다.》

▽왜 싸우나〓겉으로는 구의회가 소각장 주민대표의 임명을 보류하면서 비롯됐지만 내막을 보면 강남구와 구의회간 ‘기싸움’이 직접적인 이유다. 강남구는 1월부터 소각장 주변 2934가구에 주민복지증진금 명목으로 47억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강남구의회 이재창(李在彰)의장은 “지난해 11월 임시회에서 권문용(權文勇)구청장이 소각장 주변 주민들에게 현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의회를 따돌린 채 가구당 150만원씩 나눠준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구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회에 권청장이 출석해 해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권청장은 바쁘다며 불참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권청장은 구체적인 명목이 없는 현찰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이번 주민보상금에는 난방비 임대료 관리비 등 명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구의회의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환경부 등에 질의를 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놓았다”라고 덧붙였다. 보상금 기준을 정하는 심의위원들(총 14명)의 ‘자격’ 문제도 쟁점이 됐다. 이의장은 “심의위원들의 임기가 지난해말 끝나 새 위원들이 위촉됐는데도 구청측은 구의회 동의를 받는 절차없이 1월17일 보상금 지급안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구청측은 “주민에게 지원한 돈은 이미 96년 구의회 예산심의를 거쳐 조성한 기금이므로 집행과정에서 의회의 승인이나 동의는 필요없다”며 “구의회는 고의로 심의위원 인준을 보류했다”라고 반박했다.

현행 폐기물처리 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각장 주변 주민대표로 구성되는 주민지원협의체의 위원(6명)을 기초단체 의회가 선정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10월과 12월 강남구 의회에 지난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협의체 위원 선정을 요청했으나 강남구의 보상금 지급사실이 알려지자 격앙된 구의회가 위원선정을 보류,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의회와 구청, 주민 입장〓구의회는 구청측으로부터 현금지원 경위 등에 관한 설명을 꼭 들어야 하겠다지만 구청측은 “법적 하자가 없어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시 차원에서 소각장을 지었지만 소각장을 사용하는 강남구 자체의 문제이고 법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협의체 위원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쓰레기 반입 감시 업무 등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 반입을 계속 저지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소각장 주민들은 이번 주중 새 협의체 위원 선정을 보류한 구의회 항의방문을 준비하는 등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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