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이날 오후 들어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서 의식을 잃어 서울중앙병원 의료진의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증. 정몽구 몽근 몽헌 몽준 몽윤 몽일씨 등 아들들과 정인영 순영 세영 상영 순영씨 등 형제들이 임종했다.
고인은 현대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난해 봄부터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져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병원과 자택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1915년 강원 통천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8세 때 맨주먹으로 상경해 성실과 근면으로 한국 최고의 재벌가를 일구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해 오일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제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 자동차와 중공업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또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고인은 98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고인의 유해는 밤새 서울 청운동 자택으로 옮겨졌으며 국내외 전 사업장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장례는 25일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
<김동원·하임숙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