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가해학생-부모 '응분책임' 마땅▼
이상갑(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실장)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6일 전국 교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학교에서 학생들이 더 이상 폭력이나 따돌림에 시달리지 않도록 따뜻한 학교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당부했다. 이와 아울러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각오로 올해를 학교폭력 대폭 경감의 해 로 선언하고, 학교 가정 사회 및 관련 부처가 힘을 모아 가능한 모든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각급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학생 스스로 남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인격도 지킬 수 있는 민주인권 교육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인성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또 학부모 도우미, 검찰 경찰 등의 협조로 학교 주변의 폭력 추방에 힘쓰고, 특히 경찰청의 학교담당경찰제 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학교에서 학생의 인격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성년자인 가해학생을 현행법으로 제재하기에는 미흡하고 가정의 협력 없이는 지도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오히려 떳떳이 활개치고 사는 세태가 되어가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학생 폭력의 처리 과정을 보면,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쌍방간에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학교의 힘만으로는 중재할 수 없어 주저하기 일쑤이며, 이는 곧 피해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의 성의부족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또 불미스런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학교측이 피해자의 관용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가해자의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더우기 현행 학교규칙에 의하면 가해학생은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출석으로 인정받지만, 피해학생은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결석으로 처리되는 등 피해학생의 상대적 피해 의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랫 동안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도 많다.
피해학생의 인권을 감안한다면, 남의 인격을 짓밟는 가해학생은 그 부모와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폭력 예방에 힘쓰고,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교육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중재기구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그래서 시급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시민단체가 연대해 의원입법으로 '학교폭력 관련 특별'법 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부는 크게 환영하며, 입법 추진에 공동보조를 취해나갈 계획이다.
특별법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교육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에 어떠한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폭력의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특별법 제정은 공공질서와 법 준수라고 하는 민주시민의 기본 덕목을 청소년들이 체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법대응보다 교육적처방 더 중요▼
허종렬(서울교대 교수·교육법)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중에 인성교육 및 민주인권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교폭력 추방 과제를 포함시킨 것은 적절하지만, 몇 가지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단기 대증요법에 그칠 공산이 커보인다. 특히 특별법을 만들어서 대처하겠다는 방안은 재고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법에서 명시적으로 직접 '학교폭력' 에 관한 조항을 둔 것은 아동복지법 뿐이다. 이 법 제16조 3항은 아동복지시설이 그 사업의 일부로 학교폭력 예방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직접 학교폭력 을 규정한 것이 없다고 해서 현행법상 이것에 대처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법령을 망라해 볼 때, 현재 어떤 유형의 폭력이든 '폭력 '그 자체를 규제하는 법령이 50여 가지에 이르며, 그 중에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데 직접 활용할 만한 법령도 10여 가지가 된다. 예컨대,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이 활용될 수 있으며, 학교폭력을 행사한 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형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청소년보호법과 사회복지사업법 등은 학교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까지 배려하고 있다.
정부가 특별법에 담고자 하는 내용으로 제시한 학교폭력 피해자 구제나 중재기구의 설치, 학부모의 법적 책임 등에 대한 규정도 기존의 민법이나 형법, 교육기본법 또는 초중등 교육법을 적용하거나 그것들을 개정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 예컨대, 청소년기본법은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폭력을 예방하고 추방하기 위해 가정과 사회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은 제755조에서 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 교육법은 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중재기구로서는 이것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가 특별법을 생각하게 된 것은 이런 규정들이 단일법으로 집중돼 있지 않고 산재해 있는 관계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 정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몇 가지 사항만을 담은 단편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부처이기주의를 떠나 학교폭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청소년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정부 조직의 개편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사회병리적 현상이므로 법적인 대처보다도 심리적, 교육적 처방이 더 중요하다.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갖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해 획일적인 학업 평가에 따른 상대적 좌절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등의 처방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중요한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허종렬(서울교대 교수·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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