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나는 억울" 무기수 주장 진상규명 나선다

  • 입력 2001년 3월 23일 18시 36분


정진석씨(가명·67)의 ‘초등학생 강간살인’ 재심청구 사건(본보 22일자 A1·28면, 23일자 A29·31면 등 보도) 에 대해 검찰이 진상규명에 나서는 한편 대한변협과 시민단체도 진상규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2년 9월 문제의 사건 발생 지역(강원 춘천시)을 관할하는 춘천지검의 관계자는 23일 “검찰도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키로 했다”며 본보가 입수한 정씨의 수사 및 재판기록 출처를 문의하고 신상정보를 요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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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수사 및 재판기록은 73년 대법원 확정판결 후 춘천지검이 보관해오다 보존연한인 20년이 지나 이미 폐기됐다. 본보가 입수한 기록은 정씨의 변호인이던 고 이범렬(李範烈) 변호사가 작고하기 전 직접 원본을 보고 타자기로 옮겨 적거나 복사한 것이다.

춘천지검은 72년 당시 정씨를 수사한 춘천경찰서 경찰관들의 조사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사건과 관련된 공문서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나 위증과 고문 등 위법행위가 드러나더라도 공소시효가 모두 끝나버렸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변협 인권위원회와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도 단체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설 뜻을 밝히고 본보에 협조 요청을 해 왔다.

본보 보도에 대해 대전지검의 한 검사는 “관련자들의 새 증언을 통해 당시 수사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과거 청산 차원에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재심 여부를 심리중인 만큼 재판결과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성호(朴成浩)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사법의 무(無)오류성’이라는 전근대적인 사법관에 얽매여 재심에 인색하다”며 “이번 사건은 군사정권 시대의 수사 및 사법시스템이 빚어낸 잘못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원은 과감히 재심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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