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신동, 장학금 2억받고 미 명문고 입학

  • 입력 2001년 3월 24일 06시 37분


    김동완군
    김동완군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한국인 유학생 부부의 아들이 미국 명문사립고에 거액의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위스콘신주 매디슨시 체로키(Cherokee) 중학교 8학년에 재학중인 김동완군(14). 김군은 오는 9월 12일 명문사립고 필립스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에 1억82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다.

'고등학교의 하버드'로 불리는 필립스 아카데미는 예일· 하버드 등 유수한 대학의 진학률이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명문중의 명문.

영주권도 없는 김군이 엄청난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은 이 학교가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이 있는 외국학생의 경우에만 약간의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군의 장학금을 용도별로 보면 학비 전액 면제는 물론 책값·용돈·방학 때 집에 올 비행기표와 세탁비 등이다.

1년 장학금이 3만5000달러(4500여만원:1달러당 1300원 기준)에 달하는 만큼 김군은 4년 동안 1억8200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필립스 아카데미가 의외로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는 데는 김군의 성적뿐 아니라 음악 재능·사회성·지도력 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지난해 11월 응시한 사립학교지원시험인 SSAT(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에서 어휘·수리·독해 세 부분 모두 만점을 받았다.

또 김군은 초·중학교 내내 항상 최고의 성적을 유지해 매년 월반을 제의받았으며 각 과목 경시대회는 김군의 연중행사로 불릴만큼 항상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어머니 오숙씨는 말한다.

세살 때 유학길에 오른 부모를 따라 낯선 미국 땅을 밟은 김군은 한국어·영어는 물론 한문·일본어·불어에도 능통하며 현재는 라틴어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김군은 초·중학생 때 위스콘신주 피아노 콩쿨에서 1·2등을 놓친 적이 없으며 현재 청소년시립 교향악단에서 퍼스트 바이올린(가장 중요한 바이올린 파트)을 연주하고 있다.

김군은 필립스 아카데미로부터 음악특기 장학생으로도 선발돼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교수로부터 최고 수준의 음악레슨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천재성을 인정해 친구들은 김군을 "You are the smartest person alive!"(너는 살아있는 사람 가운데 제일 똑똑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정도다.

필립스 아카데미가 김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뛰어난 사회성이다. 사회성은 김군 같은 영재들에게서 흔히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점.

김군은 중학교에서 해마다 학생선거를 통해 학교 임원으로 선출됐으며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친구들로부터 다른 지역 고교로 진학하지 말라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담임 선생님조차 "동완이처럼 똑똑한 아이가 어떻게 사회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김군의 이런 장점들을 필립스 아카데미만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김군 가족은 명문사립고인 세인트폴 아카데미 등 여러 학교에서 전액장학금 제의를 받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어머니 오씨는 "필립스 아카데미 측에서 매일 전화가 와 동완이를 꼭 자기네 학교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구요. 우리 부부는 동완이에게 필립스가 가장 적합한 학교라고 생각해 진학을 결정한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김군은 학교에서 권한 대로 매년 월반을 했다면 지금 나이에 고교가 아닌 대학교를 가고도 충분할 뻔 했다.

그러나 김군은 초등학교 3학년때 한번 월반을 한 것 외에는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 남들은 못해서 안달인 월반에 미련을 두지 않은 것은 김군 부모의 남다른 교육관이 크게 작용했다.

오씨는 "어린 나이에 동완이가 일찍 대학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동완이가 너무 쉽게 수업 진도를 따라가 또래들보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동완군이 '외로운' 영재보다는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많은 아들이 되길 원했던 오씨 부부의 교육관은 어떻게든 남들을 딛고 일어서려는 한국 부모들과 상당한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오씨 부부가 동완군의 뛰어난 능력을 개발해주는 데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 김군을 위스콘신 대학에서 실시하는 영재프로그램에 보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

하지만 동완군에게 영재프로그램보다 더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오씨 부부의 교육방식.

오씨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방법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독서와 음악감상을 늘 아이들 앞에서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구요"라고 말한다.

김군의 여동생인 지완양 역시 공부를 잘해 각종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이들 부부의 교육관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현재 김군은 방마다 인터넷·전화 등이 갖춰진 기숙사·박물관·갤러리·교회·병원·우체국 등 최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최고 명문학교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고 오씨는 말한다.

돈싸들고 외국으로, 외국으로 '탈출'하는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김군은 실력만 있으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외국 교육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담당관실 박상화씨는 "미국의 사립고등학교는 학교공부 이외에도 나름대로의 선발기준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군이 선발기준을 우수한 성적으로 모두 통과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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