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인은 사건 당시에도 경찰에서 같은 진술을 했으나 경찰이 거짓말하지 말라 며 진술번복을 강요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송모씨(여·79·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14일 본보 기자와 만나 "사건 당일인 72년9월27일 정씨에게 꿔준 돈을 받기 위해 정씨 집에 저녁 7시경 도착해 8시반∼9시까지 정씨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경찰과 검찰이 범행시간이라고 밝힌 당일 저녁 8시50분경에 정씨가 범행현장에서 강간살인을 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6·25전쟁 당시 정씨의 아버지와 잠시 함께 산 적이 있어 정씨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정씨는 송씨가 찾아갔을 때 집 개축공사를 도와주던 목수 2명에게 술 접대를 하고 있었으며 목수들은 저녁 7시반경 정씨 집을 떠났다고 송씨는 말했다. 사건 당시 목수 김모씨와 이모씨도 경찰에서 같은 진술을 했다.
송씨는 "목수들이 떠난 뒤 정씨와 함께 남은 술을 나눠 마시다가 저녁 8시반∼9시경 정씨 집을 떠났으며 정씨는 그때까지 나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정씨와 함께 남은 술을 마시던 중 벽시계가 한번 댕 울리는 소리를 들었으며 잠시 뒤 밤 10시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정씨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송씨의 며느리 김모씨(52)도 "사건 당일 밤 늦게까지 김치를 담근 뒤 방안에 들어갔을 때 밤 10시가 넘은 것 같았는데 그때까지 시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그러나 사건 당시 경찰과 검찰에서 "저녁 8시경 정씨 집에서 나왔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이를 근거로 정씨가 8시경 집에서 나온 뒤 8시반경 자신의 만화가게에서 피해자 장모양(당시 11세)을 만나 8시50분경 이곳에서 600여m 떨어진 논둑에서 장양을 강간살해했다고 단정했다.
송씨는 경찰에서 "처음에는 사실대로 말했으나 형사들이 마구 몰아치면서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했다"며 "나중에는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조서를 만든 다음 내 손을 끌어다가 지장을 찍게 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당시 "경찰관들이 너무 무서워 파출소 화장실 안에서 떨고 있다가 신발 한짝을 화장실 변기통에 빠뜨리기도 했다"며 "신발을 건지지도 못한 채 맨발로 딸네 집까지 30리 정도를 도망갔는데 경찰이 그곳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한 한 경찰간부는 "송씨 등 누구에게도 진술을 강요하거나 강압수사를 한 적이 없으며 구체적인 조사내용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