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정웅/산불예방 시민 모두 참여해야

  • 입력 2001년 3월 27일 19시 20분


지난해 봄 동해안을 삼킨 산불은 한반도 산불 사상 최대 규모인 2만3448ha의 산림을 불태웠다. 9일간 계속된 참사로 서울 여의도의 28배나 되는 면적이 소실되고 이재민도 850명이나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수백억원에 이르렀다.

봄철 건조기에 울창한 숲 속에 쌓여 있는 갈잎더미는 단 한 점의 불꽃도 놓치지 않고 곧장 대형 산불로 연결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일단 점화되면 산불과 연기가 번져나가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강풍이라도 타면 삽시간에 산 하나, 개울 하나, 마을 하나를 삼켜버린다. 꽃샘바람을 안고 있는 건조한 봄철의 산불은 그래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729건의 산불이 발생, 91년의 139건보다 10년 만에 5배나 늘었다. 산림이 울창해지는 데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산불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158건의 산불이 발생해 200ha의 산림이 불탄 상태다. 계절별로는 2월과 4월 사이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작년에 발생한 산불을 원인별로 보면 입산자 실화가 가장 많은 43%, 그 다음으로 논밭두렁 소각 18%, 쓰레기 소각 및 담뱃불 실화가 각각 9%, 성묘객 실화가 6%였다. 산불은 사람들의 작은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인재다.

산불피해는 눈으로 보이는 산림자원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산림이 불타 없어지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자원의 재생산 기능도 잃게 되고, 홍수해 산사태 풍해 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력도 잃게 된다. 물을 정화시키는 힘도 잃게 되고 토양의 중화작용력도 없어진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연이어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산은 바싹 메말라 있는 상태다. 소방 당국은 산불 진화용 초대형 헬기와 산불 무인감시카메라 같은 첨단장비를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산에 오르는 한사람 한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해묵은 표어 ‘산불조심’이야말로 국가의 공동재산을 보존하는 진정한 시민이 따라야 할 행동지침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조정웅(서부지방산림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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