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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씨 정말 성추행했나 |
72년 9월27일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뒤 정씨를 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던 추모씨(72·대전 대덕구)는 27일 기자와 만나 “경찰이 정씨가 내 딸을 강간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써 가지고 와 도장을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정씨의 이웃마을 주민이었던 추씨는 “정씨가 내 딸을 성추행했다고 말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추씨의 집으로 3번이나 찾아가 “딸이 성추행당했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고소를 유도했다고 추씨는 말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14세였던 추씨의 딸(43·경기 안산시)은 19일 기자에게 “실제 성추행당한 적은 없었다”며 “경찰의 강압에 못이겨 성추행당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추씨의 딸은 “당시 경찰이 여관으로 데려가 잠을 못자게 하면서 ‘예’라는 대답만 하면 재워주겠다고 했다”며 “무섭고 빨리 여관을 나가고 싶어서 그렇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추씨는 경찰관들과 함께 파출소로 가서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딸에게 “네가 당한 게 정말 맞느냐”고 물었고 딸이 시인해 고소장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검찰과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사건 당일 오후 8시50분경 범행을 저지른 뒤 만화가게에 숨어있다가 오후 10시경 만화가게 문을 닫고 동네 술집으로 가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오전 1시반경 술집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돼있다.
정씨의 재심사건 변호인인 임영화(任榮和)변호사는 “초등학생을 강간살인한 범인이 범행후 겁에 질려 숨었다가 3∼4시간만에 다시 술집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게 됐다는 수사내용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것”이라며 “경찰은 이런 수사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씨를 변태성욕자로 몰았고 이를 위해 추씨 부녀를 끌어들여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정씨의 추양 성추행 혐의는 기소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딸 추씨는 “고소장에 도장을 찍은 뒤 더 조사받거나 법정에서 증언한 기억이 없다”며 “고소를 취하한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