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이틀째인 30일 오전 4시33분 자카르타발 대한항공 KE628 여객기가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하루 모두 312편(부정기편 포함)의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뜨고 내렸다.
개항 전부터 말썽을 일으켜온 수하물처리시스템(BHS)과 항공사 체크인공용시스템(CUS) 등도 큰 탈 없이 작동했다. 하지만 여객터미널 내 곳곳에 설치된 운항정보전광판(FIDS)이 오전 10시경 20분간 꺼져 일부 승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또 오후 2시30분에는 보안검색 요원들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검색대와 출국심사대 통과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한편 건설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내 주요 시스템의 운영 체계를 준자동체제에서 전자동 정상 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강동석(姜東錫) 사장은 “정상체제 전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다음주부터 심야에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교부 관계자는 “직선 라인 개설 작업에만도 2∼4주가 걸린다”면서 “시스템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정상 체제로 전환하면 수하물 처리나 체크인 작업에 에러가 생겨 공항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세호 신공항기획단장 "시스템 안정위해 최선"▼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하루 이틀 잘됐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죠.”
인천국제공항의 개항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세호(金世浩)건설교통부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은 “언제 어디서 오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모든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 전 직원이 철야 근무하겠다”고 30일 밝혔다.
김단장은 개항일인 29일 오전 4시46분경 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보자 지난 한달간 날밤을 새워가며 고생했던 기억이 일순간 사라졌다고 한다.
또 먼동이 트면서 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항공기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여객터미널에 승객들이 모여들자 ‘이제는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항 전 시스템이 자주 다운돼 기획단 직원 21명이 한달 전부터 공항에 살다시피 했죠. 특히 25일 최종 리허설에서 에러가 났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당시 건교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혼란을 막기 위해 체크인을 준자동체계로 운영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사측 기술진이 독단적으로 전자동으로 운영하다 시스템이 다운됐다.
“엔지니어들의 고집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등에 식은땀이 흘렀지요.”
28일에는 1000여대가 넘는 트럭과 수십대의 항공기가 5시간 동안 움직이는 ‘사상 최대의 이사작전’이 이뤄졌다. “하늘이 도왔는지 사소한 접촉사고 1건 외에는 피해가 없었습니다.”
김단장은 이번 주말이 완전한 공항 개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데다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말만 잘 넘기면 인천공항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전 세계 항공업체들은 지금 사고 없는 개항에 놀라고 있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