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서울시 대대적 정비 "옥상을 안방처럼…"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49분


“한국 사람들은 옥상을 폐자재 창고로 이용하나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특급 호텔 15층 객실. 며칠 전 사업차 한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인 칼 윌리엄(54)은 창밖을 내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의 도심 풍경을 쭉 훑어보던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호텔 바로 옆 주변 상가와 주택가 등 중소 건물들의 옥상.

낡아서 녹슨 안테나와 부러진 사무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린 채

방치된 옥상은 한눈에 보기에도 볼썽사나웠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한국도 도심의 상가와 주택가 등 건물 옥상을 카페나

조경 공간으로 꾸미면 산뜻한 도심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도심 중소 건물들의 ‘불량 옥상’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 월드컵대회 등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게 될 시내 주요 호텔, 공항 주변에 자리잡은 건물 옥상에 폐건자재나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본보 취재진이 강남북지역의 주요 특급 호텔과 고층 빌딩 인근의 주택가와 상가의 옥상들을 살펴본 결과 고장난 전자제품, 낡은 소파나 침대 등 폐가구가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또 조경 공사후 관리 부실로 고사목이 돼 ‘흉물’로 변해 버린 곳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예 옥상에 창고를 무단 증축해 물건들을 쌓아 놓는 경우도 있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 당시 정비를 통해 그나마 나아진 편”이라면서도 “투숙중인 외국 관광객들이 호텔 주변의 어지러운 옥상 실태를 보고 서울의 이미지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달부터 전면적인 건물 옥상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그동안 인력에만 의존해 ‘흐지부지’돼 버린 실태 조사를 항공측량사진 판독 등 ‘첨단 기법’을 동원해 체계적인 사전 조사 및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

특히 월드컵경기장, 시내 주요 호텔 등 외국 방문객들이 몰리는 도심 지역의 항공사진을 전문판독사들이 판독한 뒤 문제가 되는 옥상의 무단 증개축 여부, 각종 적치물 종류와 수량 등을 파악한 뒤 처리 내용을 건물 소유주에게 직접 알리게 된다.

시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불법 구조물 증축 외에 옥상 관리에 대한 별도의 단속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당 건물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옥상에 인조잔디를 깔거나 조경 공사를 통해 푸른 공간으로 가꾸는 해당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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