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재판 건수와 이유〓대법원이 9일 공개한 ‘16대 의원 선거사범 재판현황’ 자료에 따르면 16대 총선 선거사범 가운데 법정 선거재판 시한을 넘겨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사건은 1심에 12건, 항소심에 11건이 계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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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법 270조는 선거사범의 경우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기소 또는 재정신청 인용 후 6개월이 지나도록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과 1심 재판 후 3개월 이내에 항소심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이 모두 23건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들 사건 가운데 14건(60.9%)이 의원 및 관련 당사자의 재판 불출석 때문에 재판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9건은 증인 불출석(2건)과 사안 복잡(3건), 법관 해외출장과 선거법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 등 기타(4건) 사유로 밝혀졌다.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 또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70건(의원수 기준으로 55명·일부 의원 중복) 가운데 9일 현재 32건(45.7%)이 1심 판결조차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서울 종로) 의원은 모두 15차례의 재판기일 가운데 10차례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1심 재판 완료 시한인 6개월을 넘겨 1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또 민주당 이호웅(李浩雄·인천 남동을) 의원과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대전 대덕) 의원이 각각 10차례와 11차례의 재판 중 각각 6차례씩 불출석했다.
민주당 장영신(張英信·서울 구로을) 의원의 경우도 항소심에서 열린 7차례 공판 중 5차례의 공판에 불출석해 현재 법정 재판시한인 ‘항소 후 3개월’을 3개월 이상 넘겨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의 담당 재판부는 “장 의원이 임시국회 일정과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 등을 이유로 댔으나 나머지는 이유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 의원과 한나라당 신현태(申鉉泰·수원 권선) 의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당선무효형 선고 건수〓1심 판결이 내려진 38건 중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은 12건(31.6%)에 불과하며 이중 한나라당이 5건, 민주당이 7건을 각각 차지했다.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량이 선고된 민주당의 7건 중 2건은 항소심에서 형이 낮아져 당선유효로 변경돼 1, 2심 통틀어 당선무효 판결이 선고된 경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각각 5건씩(의원 기준으로 8명)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아직도 법원이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연기해 주거나 이유없이 불응하더라도 구인장 발부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개정된 선거법은 판사가 ‘반드시’ 법정 재판시한을 준수하도록 한 만큼 재판 불출석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