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10조 'X프로젝트' 문제없나-中]美 압력에 불리한 조건도 감수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6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2월 7일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미 보잉사의 F15 전투기에 호의적 관심을 표명해 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차세대전투기(FX)사업 기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정부에 일종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앞서 1월 29일에는 미국 보잉사의 제리 다니엘스 수석부사장 겸 군용기 미사일 담당 사장이 계룡대에서 길형보(吉亨寶)육군, 이수용(李秀勇)해군, 이억수(李億秀)공군참모총장을 잇따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FX사업 등 ‘X 프로젝트’를 향한 미측의 수주노력은 이처럼 집요하다. 일각에서는 벌써 “결국은 미제(美製)로 결정이 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0조원대에 달하는 X프로젝트가 이런 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정치적 흥정설도 나돌아▼

▼글 싣는 순서▼

<상> 벌써 '로비 잡음'
<중> 美 거센 압력
<하> "TMD 관련없나" 주변국 촉각

▽기종결정 이미 끝?〓미 정부나 군부 인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 연합작전과 상호운용성 차원에서 미제를 구입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강조해 왔다. 항간에는 공군의 FX와 육군의 대형공격헬기(AHX)사업이 모두 미 보잉사의 F15K와 AH64D로 이미 결정됐고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굳이 한미 연합작전과 상호운용성을 들지 않더라도 미제 무기가 전반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성능이 우수한 만큼 가격이 비싸고, 첨단무기 판매를 꺼리며, 기술이전 조건 등이 까다로운 게 흠이다.

문제는 우리 안보의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장단점들을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적용할 수 없는 말못할 제약들이 많다는 점이다. 정치적 고려를 떠나 순수 군사적 측면만 보더라도 한국군은 대북 정보의 90% 이상을 미군에 의존하는 수세적 입장에 있다. 미군이 자신들이 취득한 대북정보를 한국군에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한 해 수십억 달러의 정보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약점중의 하나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FX나 AHX사업은 각기 ‘미제 대 비(非)미제’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미제 후보기종의 성능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제 일변도’로 무기도입이 결정된다면 또다른 시비를 부를 것은 뻔하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대북 햇볕정책을 승인받기 위한 정치적 흥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들이 무성하다.

▽F15K, 차세대 기종인가〓FX사업의 경쟁양상은 미 보잉사의 F15K를 상대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EF타이푼 △러시아 로스부르제니에사의 SU37이 도전장을 낸 형국. 최대 쟁점은 ‘검증된 20여년 경력의 구식병기냐(F15K)’ 아니면 ‘검증은 안됐지만 차세대의 신병기냐(나머지 3개 기종)’는 것.

▼"F15 검증됐지만 노후기종"▼

F15K에 맞선 3개사측은 “한국이 단종 위기에 놓인 F15 계열 생산라인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마지막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세대에 걸맞은 미제 전투기는 개발중인 ‘F22 랩터’ 정도지, F15k는 한물 간 노후기종이라는 것이다. 물론 보잉사측은 F15K는 현존 전투기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F15E를 더욱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기종이라고 반박한다.

다른 기종들은 항공역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에 의해 설계된 최첨단 4세대 전투기인데다 기술이전 조건이 후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실전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고 일부 기종은 미제 일색인 한국 무기와 호환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야 "공격헬기 도입 재검토"▼

▽공격용헬기 과연 필요한가〓과연 우리 실정에 공격헬기를 들여와야 하느냐는 도입자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육군은 현재 보유중인 AH1S 공격헬기를 10년 내에 폐기해야 하는 처지인데다 수적으로 많은 북한 전차와 해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꼭 필요한 공중전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인 보잉사의 AH64 아파치 롱보의 경우 F16 전투기 가격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 산악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취약하다는 반론이 드세다. 야당 일각에선 이 사업과 관련해 정치자금 유입설 등을 들먹이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단단히 벼르고 있어 순항 여부는 미지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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