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수사]'조폭과의 전쟁' 한편에선 '상납유착'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8분


대전지검이 대전지역 성인오락실을 대상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2월초. 외관상 조직폭력배의 자금줄 차단이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단속 공무원과 오락실간의 결탁의혹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다른 도시와 달리 대전의 경우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30여개의 성인오락실이 성업중인 데다 계속 증가 추세여서 단속 공무원의 비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오락실 업주와 일부 단속 공무원간의 결탁사실이 조금씩 드러난 데 이어 9일 ‘경찰의 꽃’인 현직 총경 2명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수사방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조직(검찰과 경찰) 한쪽에서는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다른 쪽에서는 그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왔다니 혀를 찰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지검 이훈규(李勳圭) 차장검사는 이날 “오락실과 단속 공무원의 부패사슬이 어제오늘의 얘기냐.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겠다”며 ‘전의(戰意)’를 보였다.

또 구속된 박용운 충북 옥천경찰서장 등 현직 총경 외에 경찰 간부 10여명이 추가로 거명되고 있다. 이들은 오락실 업주와 경찰 간부 사이에서 ‘검은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전 충남지방경찰청 방범과 직원 구확림 경사(32·구속)의 진술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구경사의 진술만으로는 소환이 어렵다고 보고 일선 지청에 근무하는 계좌추적 전문 검사 1명을 추가로 지원받는 등 수사팀을 확대했다. 경찰 간부 외에도 대전지역의 한 ‘거물급 인사’가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역 성인오락실의 대부분이 조직폭력배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큰손’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어서 향후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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