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린이는 주사를 맞기 위해 매일 일부 수업을 빼먹고 병원을 찾든지, 아니면 편법으로라도 주사를 놓아줄 보호자가 학교까지 따라다녀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Y군의 딱한 사연 ▼
제주시 노형동 N초등학교 2학년 Y군은 지난 1월 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하루 2-3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아왔다.
처음에는 증상이 미미해 하루 2차례의 주사로도 충분했다. Y군을 간호하느라 직장까지 휴직한 어머니 L씨는 스스로 주사를 놓기에는 너무 어린 Y군에게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놔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들어 Y군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하루 3차례로 주사 횟수를 늘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갈수록 늘어나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직장을 다시 다녀야 하는 L씨는 점심 때만이라도 Y군에게 주사를 놔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L씨는 학교를 찾아가 교장선생님에게 딱한 사정과 선처를 호소해 양호교사가 주사를 놓아주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지난달 31일 적절한 법령이 없어 양호교사가 주사를 놓아줄 수 없다고 L씨에게 통보했다.
다급해진 L씨는 담당의사인 연대 의대 소아과 유은경 연구강사(전문의)에게 어려움을 호소했고 유 연구강사는 "조치해 드리겠다"며 해당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매일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으면 금방 고혈당 증세가 오는 아이입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가 없어요. 양호 선생님으로부터 하루 5분씩만 주사를 맞게 해주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실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습니다"
유 연구강사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보건법상 곤란하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학교보건법을 보면 ▼
학교보건법 14조 2호에 따르면 양호교사가 주사제를 투여할 수 있는 경우는 지자체의 요구로 학생 및 교직원에게 예방접종 실시를 위촉받았을 때이다.
또 학교보건법 시행령 6조 1항에서 양호교사는 △외상 등 흔히 볼 수 있는 상처치료 △응급처치 △상병(常病)의 악화방지를 위한 치료 △건강진단 결과 발견된 질병의 지도관리 등의 4가지 진료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이 규정 외에 양호 교사가 주사제를 투여해도 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Y군의 경우가 상병의 악화방지를 위한 치료에 해당되는지는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측은 양호교사가 주사를 놓아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호교사 본인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 주사 행위를 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법을 보면 ▼
의료법 25조 1항에 따르면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의사만 하도록 돼 있다. 일종의 진료행위인 주사 투여는 의사만 할 수 있다. 다만 관련 판례에 따라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 주사 행위 등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Y군의 경우 양호교사가 자격증을 갖고 있는 간호사이지만 의사의 보조인으로서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는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주사행위 등의 의료행위를 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측의 시각이다.
▼대안은 없는가 ▼
의료계는 15세 이하 어린이 당뇨병 환자가 1만-1만5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환자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양호 교사에게 주사를 맞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는 Y군 같은 어린이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학교보건법 등에 양호교사의 권한과 책무를 규정하는 보다 명확한 조항이 첨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Y군을 진료한 유씨는 "하루 몇 차례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의 특성상 본인이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유아의 경우 제3자가 주사를 놓아줄 수밖에 없다"면서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일선 양호교사가 의사의 처방이 내려진 주사제를 투여할 수 있는 조항이 학교보건법에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당뇨뿐만 아니라 간질, 천식, 백혈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치료에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양호교사들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