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99년 말 인천에서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다 해고당한 이씨는 PC방과 사우나 등에서 숙식하며 1년여를 생활해오다 S채팅사이트에 가입했다. 주민등록번호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고 ‘최호영’이라는 가명으로 ID를 만든 뒤 같은 나이 또는 같은 띠끼리 모이는 4개 동호회에 가입했다.이씨는 우선 채팅을 통해 20대 중후반 회원들에게 접근, 최신 가요를 틀어주고 인생 경험담을 들려주며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불릴 정도로 환심을 샀다. 그 다음에는 회원들을 직접 만나 PC방을 운영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술을 사주며 인심을 썼다. 그러면서 제3자를 통해 신용카드 한도액을 두세배 높여줄 수 있는 것처럼 은근히 내비쳤다.
신용카드 한도가 100만원선에 불과한 젊은이들은 어떻게든지 한도를 높이려고 이씨에게 신용카드와 비밀번호까지 넘겨줬다. 이씨는 카드를 받으면 곧바로 은행 등에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통장의 잔고를 인출해 달아났다.
이렇게 피해를 본 동호회 회원은 여자 14명과 남자 4명 등 18명으로 피해액은 모두 5000여만원. 이씨는 한 명에게서 사기친 돈을 ‘밑천’으로 다른 회원을 다시 유혹하는 방법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경북 등 전국을 돌며 범행했다.
일단 회원들을 만나면 가방속에 수백만원씩 갖고 다니는 것을 슬쩍 보여주고 1차 식사와 2차 술자리, 3차 고급나이트클럽까지 물쓰듯 돈을 뿌리면서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부산 서부경찰서 정재호경장(36)과 김용석경사(48)는 이씨의 ID를 알아내 추적한 끝에 인천 남구 주안동의 한 PC방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