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제2의 훈할머니

  • 입력 2001년 4월 16일 17시 44분


한국정신대연구소(소장 고혜정)는 16일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귀환하지 못한 채 중국 땅에서 60년간 살아온 `제2의 훈 할머니'박옥선(朴玉善.78) 할머니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무린의 한 오지마을에 살고 있는박 할머니는 18세때인 1941년 고향 경남 밀양에서 헤이룽장성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4년여동안 일본군을 상대하는 지옥같은 생활을 했다는 것.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을 방문, 박할머니를 만나고 온 고혜정 소장은 "박할머니는 일제말 중국의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다가 귀환하지 못하고 60년간 현지에 남겨진 일제 만행의 피해자임을 직접 확인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과거사가 아닌 현재도 진행중인 미해결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방직공장인 줄 알고 따라나섰다가 일본 군인을 상대해야 한다는 말에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가 일본인 관리자에게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핍박과 탄압을 받았다"면서 "휴일이면 문 앞에 줄을 서서 재촉하는 병사들을 상대하다 죽을 생각도 여러번 했지만 차마 죽지 못하고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아키코'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렸던 박 할머니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해 소련군이 들어오자 패퇴하는 일본군 무리에 끼어 보름동안 산속을 헤매다가 밥을 얻어 먹으러 내려간 마을에서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박 할머니는 이후 결혼해 2남 1녀를 두었으나 큰 아들은 병들어 죽고, 병치레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작은 아들과 딸이 외지에 나가 일을 하고 있어 지금은 손자들을 돌보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소장은 "경남 밀양군청의 도움으로 박 할머니의 남동생 박모(75)씨와 조카들을 찾았다"며 "관계당국 및 관련단체들과 협의, 박 할머니의 귀국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