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번엔 '총풍 판결' 반발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52분


‘판문점 무력시위요청 사건’(일명 총풍·銃風사건)의 1,2심 재판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검사가 10일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반박문을 16일 검사전용 통신망에 띄워 또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1부 이영만(李靈蔓)검사는 A4용지 6쪽짜리의 ‘상고를 제기하면서’라는 글을 통해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박국수·朴國洙부장판사)가 오정은(吳靜恩) 장석중(張錫重) 한성기(韓成基)피고인이 ‘총풍’을 사전 모의한 적이 없다고 판단한데 대해 검찰이 수집한 증거목록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검사는 “한씨는 국가정보원과 검찰, 1, 2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3인의 사전 모의사실을 시인했고 이를 입증하는 전화통화 기록과 메모지 등 수많은 증거가 있다”며 “검찰이 이런 합리적이고 충분한 증거를 근거로 기소했는데도 법원이 오씨와 장씨의 일방적인 법정 부인진술만을 받아들인 것은 증거재판주의에 반(反)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한씨의 일관된 시인 진술 △한씨가 ‘3인이 모의사실을 부인하기로 공모했다’고 진술한 고백서 △오씨에게 ‘북풍요청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는 한씨의 진술과 두사람의 국제전화 통화내역서 △장씨가 ‘대선 전 무력시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한씨 진술과 이를 한씨가 기록한 메모지 등이다.

이검사는 또 재판부가 “오씨와 장씨가 무력시위 요청 모의로 얻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오씨 등은 변호인을 수차례 접견하고 모의사실을 시인하면서 오씨는 청와대 별정직 3급으로서 차기정부에서의 신분보장을, 장씨는 2억원의 채무해결 및 대북사업의 혜택을 기대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고 1심도 대가관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검사는 이어 “1심은 2년에 걸친 심리 끝에 무력시위 요청 및 사전 모의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1개월만에 5회의 심리를 한 뒤 사건의 중요한 부분인 ‘모의부분’을 배척해 심리가 충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부장판사는 “구속만기가 끝날 때까지 이 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검찰이 더 심리해 달라고 한 부분을 모두 받아들였다”며 “검찰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심에서 판단해 줄 것이므로 재판부로서는 특별히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함께 각각 집행유예 4년과 3년이 선고된 오씨와 장씨는 13일 대법원에 상고했고 검찰도 이날 두 피고인에 대해 상고장을 냈다. 검찰은 한씨의 사기죄 무죄부분과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의 특수직무유기혐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도 상고했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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