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민노총 '비디오 편집' 공방

  • 입력 2001년 4월 16일 23시 21분


10일 일어난 경찰의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을 둘러싸고 경찰과 민주노총간의 ‘비디오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16일 경찰은 민주노총 박훈(朴勳·35)변호사가 현장 노조원들에게 “경찰을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패라”고 말하는 현장 모습이 담긴 테이프 350여개를 각 언론사와 정부 부처에 배포했다. 이는 ‘경찰판’ 현장테이프인 셈이다.

이 비디오테이프에는 당초 언론에 공개된 노조측 테이프에는 없던 장면들이 들어있다. 노조원들에 의해 상의가 강제로 벗겨진 경찰의 모습, 노조원들에게 “상의를 벗어라”며 시위를 주도하는 박변호사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하지만 경찰의 이 테이프는 10일 오후 3시에 있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현장방문 장면을 빼고 오후 2시의 박변호사 발언장면과 오후 4시의 폭력진압 장면을 연결, 마치 박변호사가 경찰을 자극해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도록 편집한 것.

경찰은 또 박변호사가 “떨어져 나온 전경은 절대 때리지 맙시다. 대열에서 나온 순간 공권력이 아닌 개인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테이프에서 뺐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민주노총이 공개한 최초의 비디오테이프가 경찰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편집돼 진상을 알리는 차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했다”며 “인천경찰청에서 제작하며 실수로 순서를 뒤바꾼 것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비디오를 재편집했다”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 책임자 처벌에 신경써야 할 경찰이 끝까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조원들이 진압경찰 12명을 억류하고 폭행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반박하며 억류된 경찰이 한곳에 모여앉아 담배를 피우고 물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현장 비디오테이프를 새로 공개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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