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들리는 도개교(跳開橋)로 유명한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가 철거될 운명에 처하자 지역 문화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존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다리는 인근에 들어설 부산 제2롯데월드 빌딩이 주변도로를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히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가 나 10월경 철거될 계획.
시민단체인 ‘부산을 가꾸는 모임’은 21일 오후 영도다리에서 ‘영도다리 철거 다시 생각하자’는 주제로 시민공청회 및 문화행사를 갖는다. 향토 문인이 주축이 된 ‘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영도다리에 대한 추억을 소재로 한 글과 사진, 노랫말을 모아 자료집으로 발간하고 시화전도 열 예정.
일제강점기인 1934년 개통된 영도다리는 육지쪽 31.3m의 다리 부분이 하루에 두 번씩 들려 관광명물이 됐다. 무엇보다 6·25전쟁 때 각지에서 몰려 내려온 피란민들이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며 망향의 설움을 달래 국민의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66년 9월1일을 마지막으로 다리를 드는 것이 중단된 영도다리는 그 후 인근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서 하루벌이로 살아가던 서민들, 젊음과 낭만을 즐기던 연인들에게 희망과 만남을 안겨주는 약속장소로 유명했다.
지금도 다리 난간에는 사람을 찾는 빛바랜 글씨와 편지들이 구구절절하게 붙어 있어 고금(古今)을 오가는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 시민은 “부산시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영도다리는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상징물”이라며 “부산의 명물로 계속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