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금강산사업 계속해야 하나

  • 입력 2001년 4월 20일 18시 31분


《자금난에 봉착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계속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이 사업은 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 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 전반에 관한 논의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사업이 계속돼야 한다는 측은 이 사업이 남북 상호신뢰 구축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민족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단해야 한다는 측은 이 사업이 근본적으로 채산성이 없는데다 북한에 끌려다니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찬성/'남북신뢰'라는 무한 가치 창출▼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 경제가 악화하면서 남북 경제협력 전반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인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관리 아래 들어가면서 금강산 관광으로 인한 퍼주기 로 그룹 경영 전체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의 적자가 현대그룹의 경영 부실화를 가져온 주된 원인은 아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적자는 문제 금액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한국경제 전체가 대북 퍼주기로 부실에 빠진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전격적으로 합의되었고 그 이후 남북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적 진전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손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사에 이르기까지 기울여진 힘겨운 노력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금강산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서해 교전이 일어났을 당시를 상기해 보자. 남북이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고 상호 보복에 따른 확전을 억제한 것은 금강산 관광 지속으로 상호 신뢰가 조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강산은 북측이 중무장해 놓은 군사 지역이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은 그 자체로 남북간의 보이지 않는 군사적 신뢰 구축에 해당한다. 금강산 관광을 다녀 온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젊은 북한 병사가 늘어선 철조망은 군사분계선이 부분적으로 북상했음을 의미한다. 40만명 이상의 남한 사람이 금강산의 비경을 구경하며 민족적 동질성과 자부심을 느낀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돼야 할 민족 교류인 것이다. 6년 간 약 9억 달러(약 1조원) 분할 지불 약속으로 이만한 성과를 올렸다면 매우 의미있게 쓴 셈이다. 대우에 투입돼 종적을 감춘 공적자금 60조원과 비교해 보자. 1년 간 미국에서 사들이는 무기구입 액수 10억 달러는 또 어떠한가?

물론 관광객 1인당 입산료가 너무 비싸게 책정되었다든지 관광객 수에 대한 예측이 잘못되었다든지 하는 운영상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남북의 지혜와 상호 양보를 통해 충분히 시정할 수 있는 일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육로 관광을 열면서 새로운 지역을 추가 개방하는 등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적 손실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컨소시엄 방식을 고려한다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다. 관광공사 등 정부기관이 나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문서상의 공식 합의가 남아 있지만 육로 관광이 실현된다면 이는 경의선 연결 못지 않게 획기적으로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제 금강산은 성인들만의 관광이 아니라 초중고생, 대학생들의 통일교육, 평화교육, 환경교육의 장으로 승화돼야 한다. 비용을 보다 저렴하게 낮추도록 해야겠지만 학생 개인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동만(상지대 교수·정치학)

▼반대/채산성없이 '밑빠진 독 물 붓기'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필자는 국회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 사업 추진에 반대했다. 첫째, 이 사업은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부실화의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몫이 될 개연성이 크다. 둘째, 이 사업을 강행하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 3대 원칙 중 하나인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납 조항이 사문화 될 위험이 있다. 셋째, 북한은 이 사업을 무기로 삼아 우리 정부를 농락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11월 첫 관광선을 띄운지 2년 반만에 필자의 예측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老) 기업가의 집념에 찬 감상적 귀소본능 에 의해 거의 맹목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해온 현대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타계하자마자 이 만성적 부실사업을 정부로 떠넘기거나 손을 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업 주체인 현대상선은 매달 북한에 지불하는 1200만 달러(약 160억원) 중 상당액을 정부의 남북협력기금 에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업권을 현대아산으로 넘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사업권이 현대아산으로 넘어간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요컨대,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협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이 사업이 잘못되면 북한은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무산시키는 빌미로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북사업에 햇볕정책 의 성패를 걸었던 정부의 위험한 도박 은 이제 자승자박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여당은 햇볕정책 의 난파를 막기 위해 이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다. 매달 1200만 달러의 현금지불을 국민세금으로 도와줘도 문제는 남는다. 채산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는 정부에 해상 면세점과 카지노 운영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과 카지노는 추가 시설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허용된다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현 정부는 불과 1년반 남짓한 임기를 남기고 있다. 지금 자칫 추가투자를 잘못 시작하면 금강산판 한보 부실 을 만들어 다음 정권 벽두를 장식하는 대형 스캔들로 등장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선공후득 (先供後得) 정책에 집착할 경우 올해 대북 지원은 금강산 관광대가의 지불로 끝날 리 없다. 대규모 식량 및 비료 지원이 계속돼야 하고 전력 지원도 외면할 수 없게 돼 있다. 이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대북 경제지원이 계속되면 2003년 봄에 출범하는 차기 정권의 손발마저 묶어버리게 된다. 다음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일시적 후퇴를 감내하는 한이 있더라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이쯤에서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확실하고 감당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북한경제의 회생을 도와주는 방안을 만들어 새로운 차원에서 남북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

이동복(명지대 객원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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