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令狀재청구 남용 제동

  • 입력 2001년 4월 21일 01시 30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차례 기각당한 검찰이 사정변경이나 새로운 증거도 없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관행에 쐐기를 박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박시환(朴時煥)부장판사는 20일 서울지검 남부지청이 간통과 무고 혐의로 이모씨(50·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데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자체가 법을 어긴 것”이라며 통상의 ‘기각’이 아닌 ‘각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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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각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편법적 구속영장 재청구는 법을 어기고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심리할 필요조차 없다’는 뜻을 강하게 천명한 것이으로 쉽게 말해 문턱에서 쫓겨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영장 재청구에 앞서 2월22일 이씨에 대해 간통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죄질이 무겁다’는 것을 ‘구속 사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19일 다시 이씨를 긴급체포한 뒤 ‘무고혐의가 새롭게 드러났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에 대해 박부장판사는 “검찰이 처음부터 간통과 무고혐의를 모두 수사해 놓고도 1차때는 간통혐의만으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무고혐의를 추가해 재청구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형식적으로는 사정변경이 있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는 검찰이 한번 구속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혐의 또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거나 △도주 시도 등 구속해야 할 만큼 사정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박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이씨의 무고혐의에 대해 검찰이 새로운 증거나 사정변경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장을 재청구했으므로 이번 영장 청구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박부장판사는 또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피의자를 똑같은 사안으로 다시 체포하는 것은 ‘체포의 반복’에 해당돼 역시 위법”이라고 밝혔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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