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21일 오후 3시반 전교생이 17명에 불과한 이 산골 분교의 뒷동산 소나무 숲 속에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봄날의 숲 속 음악회’가 열렸다.
‘길 떠나는 객석―노래하는 섬진강.’ 연극배우이자 공연예술 전문지 ‘객석’ 발행인인 윤석화씨가 공연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한 문화기행 프로그램의 첫번째 순서.
윤씨는 이 학교 교사로 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시에 반해 지난 겨울 이곳을 찾았다가 첫 번째 공연지로 이곳을 정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첼리스트 양성원(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피아니스트 문익주씨(서울대 음대 교수)가 나와 쇼팽의 ‘첼로 소나타’와 ‘화려한 폴로네즈’,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
윤씨와 김용택씨는 김씨의 시집 ‘그 여자네 집’중 ‘그대 생의 숲 속에서’와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를 낭송했다. 이어 마암분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쓴 동시에 작곡가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담벼락’‘비가 온다’를 합창했다.
서울에서 온 음악팬 120여명과 동네 주민 등 200여명의 관객은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음악과 바람결에 실려오는 봄꽃 향기에 취해 탄성을 연발했다.
윤씨는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듣는 음악과 시야말로 진정 살아 숨쉬는 예술이다”고 말했다.
연주회가 열린 숲 곳곳에는 이 학교 어린이들이 쓴 동시가 걸려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이 행사를 도왔던 삼익악기측은 이 학교에 피아노 1대를 기증했다.
<임실〓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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