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들어 두 달 가까이 예년 평균강수량의 10∼30%에 불과한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면서 배추 고추 담배 등 봄작물이 말라 죽거나 마늘 양파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봄 가뭄의 여파로 산불이 유례 없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남해안의 섬 주민들은 제한급수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농작물 피해〓전남 도내 곳곳에서는 유례 없는 봄 가뭄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보리와 마늘 등 밭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여기에 잎끝마름병과 같은 병충해마저 극성을 부리고 있어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물 부족에 시달리는 고지대의 농민들은 “봄배추와 담배 모종이 말라죽어 가고 있다”며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안군 자은면 박성수씨(58)는 “두달째 비가 오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없는 마늘밭에서는 잎끝마름병 피해가 아주 심각하다”며 “수확철인 다음달 초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출하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마늘 주산지인 창녕 남해 등지에서는 농민들이 스프링클러 등을 동원해 밭에 물주기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양파가 많이 나는 경남 창녕군에서는 가뭄으로 양파의 구(球)가 제대로 차지 않아 수확량 대량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경사지 밭에 심은 보리도 이삭이 제때 패지 않거나 여물지 않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충북지역에서는 한창 생육기에 있는 마늘의 피해가 가장 크다. 도내 최대의 마늘 주산 단지인 단양에서 마늘밭 1만3000평을 재배하고 있는 전영식(田英植·43)씨는 “생육이 크게 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이 말라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마늘은 5월 초순을 넘어서면 생육을 멈추기 때문에 일단 입이 말라 버리면 뿌리에서 마늘이 생기지 않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급수난〓전남지역 섬 지방에서는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완도군 완도읍 6875가구 2만여명의 주민들이 21일부터 3일제 급수를 받고 있으며 군외면 일대 636가구 1600여명도 23일부터 격일제 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또 신안군 흑산면 일대 503가구 1770명의 주민들이 올해 1월27일부터 3일제 급수에 들어가는 등 섬 지역 2만7800여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경남 남해군의 3개 읍면 1만4000여명도 작년 11월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미조면은 5일에 한번씩 급수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격일제 급수로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또 통영시 욕지도 주민들은 월 한차례씩 급수선이 날라다 주는 생활용수에 의지하고 있다.
▽잦은 산불〓강원지역에서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3건에 불과했던 산불이 이 달 들어 25일 현재 22건이나 발생하는 등 하루에 평균 1건꼴로 발생한다.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산불피해가 잇따라 지난달 12일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이후 지금까지 무려 42건의 산불이 발생해 임야 47.3㏊를 태웠다.
<창원·광주·청주〓강정훈·정승호·지명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