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용기 법이 보호해야"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9분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1시경 대전시 유성구 궁동 거리에서 한 젊은 남자가 4명의 청년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지나가던 신모씨(21·성균관대 3학년)가 싸움을 말렸다. 그러나 4명의 청년들은 오히려 신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신씨도 싸움에 말려들어 팔을 휘둘렀다. 신씨는 이 사건으로 뇌진탕을 일으켜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폭행에 가담한 4명은 큰 상처가 없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청년 4명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하고 신씨에게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신씨의 폭행혐의도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씨는 승복하지 않고 대전고검에 항고했다.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폭행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고검은 항고를 기각했고 신씨는 대검에 재항고했지만 역시 기각당했다.

신씨는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권성·權誠 재판관)는 26일 검찰에 대해 “신씨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우연히 길을 지나다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제지하던 중 일부 폭력을 행사한 점은 인정되나 신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사회 정의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 주기 위해 폭행 제지에 나서는 시민의 용기는 법 질서를 수호하고 건전한 사회 기풍을 진작하기 위해 법이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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