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담아두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은 무엇을 창작해 내느냐가 중요한 힘이 되었다. 각국은 지식기반경제 또는 정보화란 구호를 외치며 각종 진흥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존의 질서와 제도, 관념만을 고집해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의 특허 등을 사용하고 지불한 기술사용료는 1999년에만 26억달러를 넘었다. 반면 국내 기술을 수출해 벌어들인 사용료 수입은 4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1990년부터 10년간의 기술사용료 수지 적자는 통신서비스와 보험서비스 등 기타 서비스 적자를 모두 합한 액수보다 많다.
미국의 경우 핵심 저작권산업이 연간 국내총생산의 4.3%에 해당하는 3489억달러를 창출하며 연평균 성장률도 7.2%로 다른 분야의 곱절을 넘는다. 핵심 저작권산업의 연간 수출은 약 668억달러로 화학산업의 664억달러나 자동차산업의 573억달러를 능가한다.
언제까지나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서 살 수는 없다. 사회기반시설을 늘리고 공장을 짓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 발전은 과거의 공식만으로는 설명하기 곤란하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투자 못지않게 인간의 창의성을 북돋는 대책을 세워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창의성을 북돋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정보 콘텐츠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정책과 함께 콘텐츠의 원활한 유통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적재산권 보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정보통신의 발달은 한계비용이 거의 없는 ‘상품’의 출현을 가져와 창작자나 생산자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권리자나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이길융(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