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의료계 눈치보기가 의보재정 파탄 원인"

  • 입력 2001년 5월 3일 17시 26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료보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의약분업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왜곡과 오류 를 빚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보 재정을 안정시키려면 질병 유형 등에 따라 정해진 일정액을 보상하는 '간이포괄 수가제'를 우선 도입한 뒤 장기적으로 의료부문 예산의 총액을 결정해 의사 등에게 나눠주는 '총액예산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3일 발표한 의료보험 재정위기:원인과 대책 이란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4조원 안팎의 의보재정 적자 및 3조원 안팎의 적립금 부족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보다 적자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 분석했다.

▽적자요인 분석=의보재정이 급속히 바닥난 직접적 계기는 국민소득증가, 인구고령화 등 오래 쌓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최근의 제도적 변화, 특히 의료보험통합보다 의약분업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정소진의 근본원인인 급여비 가운데 입원진료비는 9% 늘어난 반면 외래진료비는 72% 늘어 지출증가요인이 주로 외래부문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의약분업과 관계가 있다.

이혜훈(李惠薰) KDI 연구위원은 "의료계 및 약계의 반발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수가는 누적기준으로 총 49%이상 올랐으며 의약계의 요구를 단편적, 임기응변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의보수가구조도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진찰료 및 원외처방료가 대폭 높아지면서 진료량이 늘어났다. 의약분업을 전후해 약국 처방약제비가 3000배 이상 늘어난 것도 수가왜곡과 무관하지 않다. 의약분업후 의료기관의 평균 처방일수가 48% 늘어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과잉진료의 근본원인이 의료공급자가 진료회수 및 양에 따라 보상받는 '행위별 수가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의료계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작년 7월 동시실시할 예정이었던 진료비 지불체계 개혁도 무기한 연기했다.

▽의보재정 안정대책=KDI보고서는 재정악화의 주요인이 진료비 급증이며 이는 의사 등 공급자가 과잉진료하려는 유혹을 없애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근본적 대책은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 예산제'로 바꾸는 것이며 과도기적으로 미국처럼 '간이포괄 수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는 지불보상체계 개혁 등 근본적 방안과 반드시 병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고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진찰료와 처방료 통합 및 인하 등 수가조정 △권장약품 목록제 도입 △전문의약품 재분류 △지출억제방안과 연계한 보험료인상 △소액질환에 대한 본인부담 강화 등도 재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